1945년 8월 15일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인 동시에 우리에게 민족 해방의 기쁨을 안겨준 날이다. 이미 60년도 더 지났지만, 이 날이 되면 여전히 여러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인류에게 남긴 식민통치와 전쟁의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상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마침내 생명까지 앗아가는 그 야만적인 일을 인류는 왜 자행했을까. 잇속을 챙기기 위해 다른 나라의 국권을 침탈하고 식민통치를 자행하고도 인간이 문명을 입에 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인류의 반성이 반드시 진실되고 충분한 것은 아니다. 식민지배와 전쟁의 유산이 완전히 제거된 것도 물론 아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며 전쟁 혹은 식민통치의 구체적인 가해자, 피해자를 밝히고 위로하는 것도 완료됐다고 할 수 없다. 그것들은 때로 뒤죽박죽돼 있으며 그래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그래서 그 잘못된 역사가 완전히 단절됐는지를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해마다 이 때가 되면 일제시대, 독립운동, 2차대전 등과 관련한 서적들이 출판된다. 올해는 관련 서적의 출판이 좀 빈약해 보이는 가운데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저주받은 아이들> <패배를 껴안고> 등이 나왔다. <에네껜 아이들> 도 비슷한 류의 책이다. 이들 책은 다루는 내용, 관점, 주제, 방식, 독자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크게 보면 맥이 통한다. 에네껜> 패배를> 저주받은> 나는>
주식에 대한 책도, 부동산에 대한 책도 좋고 처세와 건강과 여행에 관한 책도 좋지만 그래도 이 때쯤이면 식민시대 및 전쟁과 관련한 책 한 권쯤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책에서 즐거움, 재미, 요긴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사회와 역사와 인간의 본성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가해자 혹은 그 후손이면서도 여전히 권력을 누리면서 또 다른 형태의 가해자로 변신한 세력과,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민지배의 직ㆍ간접적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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