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감염에 의한 사망자 2명이 잇달아 나오면서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과 일선 의료기관의 초동대응이 허술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한편,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9월 이후 국내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치료 받던 63세 여성이 급성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여성은 신종플루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급성호흡곤란증후군과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상실하는 다발성장기부전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여성은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자 인데다, 평소 위염, 고혈압 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해외여행 유무와 상관없이 노인 등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신종플루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15일에는 경남에 거주하는 56세 남성이 신종플루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급성폐렴과 패혈증(혈액에 세균이 퍼지는 질환)으로 사망했다. 특히 이 남성은 별다른 질환이 없을 뿐 아니라 평소 건강한 상태였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신종플루로 사망할 수 있음을 보여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두 환자 모두 증상 초기에 의료기관의 신종플루 진단이 늦어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치료가 지체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보건당국과 일선 의료현장의 신종플루 대응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두 환자는 모두 3~4군데 병원을 전전하다 병원을 처음 찾은 지 6~12일 이후에야 타미플루 처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일선 병원이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투여할 수 있도록 전국의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과 보건소뿐 아니라 '거점약국'을 지정해 타미플루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경우 시중의 타미플루 부족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비축분의 10.5%인 50만 명분의 타미플루를 방출할 계획이다.
당국은 이와 함께 전국 각 의료기관에 폐렴과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입원한 모든 환자에 대해 신종플루 검사를 실시하고 타미플루를 투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증상 초기 타미플루 투여를 위해 신종플루 검사를 실시하기 전이라도 발열, 기침, 호흡기 장애 등의 증상이 이틀 정도 치료에도 불구하고 악화될 경우 일선 병원과 보건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타미플루를 처방하기로 했다.
이날 현재 국내 신종인플루엔자 환자는 학교와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총 2,089명에 이르렀다.
한편 7,300명의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일본에서도 15일 심장병을 앓던 57세 남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사망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는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병에 걸리지 않게 주의를 다해야 하지만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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