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몇 주 머물렀을 뿐인데 W시의 사람이 다 되었다. 낯선 정류장에 서서 15분 에둘러가는 버스보다 15분 더 기다렸다 직선 코스로 달리는 버스를 타는 게 났다고 잔머리를 굴릴 여유가 생겼으니 말이다. 외지인뿐 아니라 요즘 이곳 사람들도 버스 노선에 갈팡질팡한다. 시외버스터미널의 이전에 발맞춰 8월 1일부로 대다수 시내버스의 노선이 바뀌었다. 복합공간인 그곳은 '더블유시티'라는 새이름도 달았다.
손님들이 몰리는 터미널 쪽으로 버스들이 방향을 트는 바람에 정작 경유지였던 곳이 하루아침에 봉변을 당했다. 하루 130여회나 버스들이 들고나던 정류장에 어느 날 단 한 대의 버스도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구 종말의 날이라도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는 8월말부터가 걱정이다. 그곳에는 중고등학교가 밀집해 있다. 버스가 없거나 터미널로 우회하는 버스들 때문에 아침 시간이 더 바빠지게 생겼다.
칼국수가 생각나 찾아 나온 길,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30분이 다 되도록 버스는 오지 않는다. 터미널 방향으로 노선이 바뀌지 않았다면 택시를 타야 할 곳이었다. 그나마 배차 간격이 1시간에서 30분으로 준 것도 다 터미널 덕분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스가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도 모르게 그만 함성을 지르고 말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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