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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아프간 대선 D-3, 핏물 든 대선…안개 속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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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아프간 대선 D-3, 핏물 든 대선…안개 속 아프간

입력
2009.08.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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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치러지는 아프가니스탄 대선은 향후 아프간의 운명을 가르는 시험대다. 탈레반의 공세를 막아내고 무사히 선거를 치르면 새 정부는 권위를 얻는 동시에 향후 안정화 작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탈레반은 "투표하는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 "손에 잉크 묻은 자는 입을 찢어버리겠다"는 등 살벌한 협박을 앞세워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 탈레반은 16일엔 처음으로 투표소를 직접 공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후보간 접전으로 결선 재투표가 불가피해질 경우, 정국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선투표 땐 혼란 증폭

35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과 개혁 성향의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이 경합중이다. 당초 카르자이의 압승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만연한 부패, 탈레반에 대한 소극적 대응 등 제대로 된 지도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그의 지지도는 하락세다. 미국 한 여론조사기관의 7월 조사 결과, 지지도는 카르자이 31%, 압둘라 25%였다.

문제는 1위 후보가 과반수 득표를 못할 경우 10월 1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리처드 홀브룩 미 아프간 특사는 벌써부터 "결선투표는 아프간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프간 대선은 당초 지난 4월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치안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어 한차례 연기됐었다.

카르자이가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압둘라 지지자들이 대대적 반정부 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국민 3,300만 명 중 무려 70%에 달하는 30세 이하 청년층이 카르자이의 실정을 비난하며 개혁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선거 전복 위한 공세 강화

탈레반이 선거 방해를 위해 연합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대선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다. 최근 들어 탈레반 장악 지역을 압박하던 연합군의 피해가 커지면서 올해 연합군 사망자는 이미 265명에 이르렀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95명에 근접한 수치다. 특히 8월에만 연합군 33명이 작전 중 목숨을 잃었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까지 위협, 15일 카불 북대서양조양기구(NATO)군 본부 부근에서 폭탄테러를 자행, 민간인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카불에서의 테러는 6개월만에 처음이다.

때문에 탈레반과의 협상 없이는 선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르자이의 동생인 아마드 왈리가 탈레반 무장세력과 무력 사용 중단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미국, 아프간 전략 수정 불가피할 듯

선거 후 혼란이 가중될 경우 미국의 아프간 전략도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병력 증파와 대대적 군사작전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13일자)은 "(선거후)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지시로 보류된 미군 1만 명 증파가 내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올해 2만1,000명을 추가 증파했는데도 전황이 개선되지 않고 추가 파병이 이어질 경우, 미국내 여론 악화는 피할 수 없다. .

9월이면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8년째로 접어들어 베트남 전쟁 이후 두 번째로 긴 전쟁으로 기록된다.

민간 싱크탱크인 국제안보개발협의회(ICOS)는 "결선투표가 불가피하거나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될 경우, 탈레반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를 이용할 것"이라며 "아프간은 다시 정치적, 인종적 폭력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 남부 탈레반 거점 '반쪽 투표' 위기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주는 20일 동시에 실시되는 아프간 대선, 주의회 선거의 최대 복병이다. 탈레반의 선거 방해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아프간 남부 지역 중에서도 헬만드는 탈레반의 핵심 거점이다. 여기는 전 세계 헤로인의 90%를 공급하며 탈레반의 자금원이 되고 있는 양귀비 재배가 집중된 지역이어서 탈레반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이미 헬만드주에선 정상적 선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정부에 따르면 안전 문제로 헬만드 14개 투표지역의 222개 투표소 중 101개만 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헬만드를 위시해 칸다하르 등 파키스탄 접경 지역의 주민들은 탈레반의 보복을 우려해 선거인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전문가들은 총 7,000개의 투표소 중 700군데는 카불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탈레반 장악 지역에 있다고 추정한다. 헬만드주 카자키 마을의 경우 인구 20만 명 중 등록 유권자는 300명에 불과하다.

남부 마르자에 사는 샤 왈리는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에 15일 "총을 든 탈레반이 집집마다 돌며 선거인 등록증을 찾고 있다"며 "선거가 아프간 미래에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감히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군은 7월 초 해병대원 4,000여 명을 동원, 헬만드 일대 탈레반 거점을 장악하기 위한 '한자르(검ㆍSword)' 작전을 전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13일 선거를 앞두고 헬만드주에서 치안 확보 작전 중이던 영국군 3명이 탈레반이 설치한 지뢰와 매복 공격으로 사망하는 등 피해는 커지고 있다.

최지향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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