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감염돼 사망한 두 환자 모두 3~4 군데 병원을 전전하다 뒤늦게 신종플루 치료를 받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과 일선 의료기관의 초동 신종플루 대응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 보건당국의 지침이 허술한데다 그나마 1차 진료기관 등에서는 지켜지지 않아 이와 같은 사고 가능성이 상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첫 번째 사망자인 50대 남성은 지난 8일 처음으로 보건소를 방문한 이후 15일 사망하기 까지 모두 4곳의 병원을 전전했다. 보건소에서는 발열 증상은 있지만 호흡기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마스크와 항균 비누만 지급 받았고, 이후 상태가 악화돼 개인병원과 중소병원, 종합병원 등을 찾아갔지만 타미플루를 투약 받은 것은 6일만인 12일이었다. 6일 동안 신종플루와 상관없는 세균성 폐렴으로 진단돼 항생제 치료만 받다가 48시간 이내 먹어야 효과가 있는 타미플루 투여가 늦어진 것이다.
60대 여성 사망환자 역시 지난 달 29일 개인병원을 방문한 이후 16일 사망하기 까지 3곳의 병원을 전전했지만, 12일 만에 타미플루 치료가 이뤄졌다. 두 환자 모두 초기에 타미플루 치료가 이뤄졌다면 사망으로까지 가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도 "의료진들이 바이러스 검사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조기에 하지 못해 신종플루 진단과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늦어졌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데는 7월 중순 이후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히 확산됐지만 이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응체계가 안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건당국은 감염원 등의 역학관계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감염자에 대해서는 신종플루 여부 판단을 사실상 일선 병원 의사들에게 맡겨 버린 상태이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29일 일선 병원에 내려보낸 지침에서 신종플루 검사를 실시하고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를 투여해야 하는 대상을 ▦급성열성호흡기질환이 있으면서 신종플루 환자와 접촉했거나, 해외 여행 경험이 있는 경우 ▦65세 미만 건강한 사람이 중증의 급성열성호흡기질환으로 입원한 경우로 규정했다. 60대 여성 사망환자처럼 해외여행 경험도 없고, 신종플루 환자와의 접촉도 확인되지 않고, 이미 고혈압 등 만성질환까지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의료진이 초기에 신종플루를 의심하고 타미플루를 투여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이와 함께 보건당국은 급성열성호흡기질환으로 볼 수 있는 발열 기준을 37.8도로 정하고 있지만, 사람의 체질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열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다 내려진 지침마저도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태국에 다녀온 뒤 갑자기 폐렴증세를 보이던 50대 남성 사망환자의 경우 이 지침에 따르면 신종플루가 의심됐어야 하지만 병원측은 세균성 폐렴으로만 진단하고 항생제만 투입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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