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인이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일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설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두 달 이상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박근혜 변수'가 재보선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박 전 대표는 선거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때는 공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전국적인 지원 유세는 하지 않았다. 올 4월 재보선 때도 한나라당 후보를 돕지 않았다. 당시에도 친박근혜계는 경주 공천 등이 잘못됐다는 입장이었다. 당내 주류인 친이명박계는 박 전 대표가 선거운동을 도와주길 기대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10월 재보선에서도 친이계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바라고 있다. 친이계의 장광근 사무총장은 16일 "박 전 대표에게 선거 지원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총장은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실히 이뤄낸 뒤에 진지하게 요청하면 박 전 대표도 공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천 불협화음이 있었던 과거 선거 때와 달리 이번에 친이계와 친박계를 고루 공천하면 박 전 대표도 선거를 도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친이계의 이런 소망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도 적극적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변치 않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 본인도 11일 기자들에게 "선거와 관련해선 제가 여태까지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놓을 순 없다. 한 친박계 의원은 "공천이 객관적으로 진행되는지 등 여러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선거가 임박해 당내에서 거당적 요구를 한다면 박 전 대표도 마냥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있다. 특히 강릉 출마를 준비 중인 친박계 심재엽 전 의원이나 박희태 대표가 공천을 받을 경우에는 박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도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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