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승부사 정치인'으로 되돌아갔다. 지금 미국을 갈갈이 찢어놓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이다.
미 언론들은 "1년 전 대선 때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백악관에 감돌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유세 전략을 건보개혁 설득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건보개혁을 둘러싼 미국의 논쟁은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백악관과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 휴회기를 맞아 전국에서 열고 있는 타운홀 미팅에서는 정상적인 토론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함과 욕설, 폭력이 난무한다. 이 때문에 안전을 이유로 토론회가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는가 하면, 의회는 의원들의 신변안전을 우려해 경호 경찰의 근무시간을 확대하는 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보개혁에 앞장선 당사자답게 전쟁을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다. 지난주부터 뉴햄프셔 몬태나 등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콜로라도주에서는 넥타이를 풀고 소매를 걷어 올린 셔츠 차림으로 나와 비판론자의 반대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 반대파들은 '국민에게 개목걸이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반대했고, 케네디 대통령이 공공의료보험(메디케어)를 시행하려 할 때는 '사회주의화'라는 색깔을 덧씌우려 했다"며 이번 건보개혁 반대 논리도 "(그것처럼) 익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주례 연설에서도 "건보개혁에 반대하는 이해집단과 로비스트들이 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건보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제시했다.
유세를 방불케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개혁 세일즈는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정권의 명운이 이번 개혁의 성패에 달렸다는 판단을 내린 듯 비장하다. 그러나 재원조달 문제가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되는 증세에 대한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오바마식 개혁에는 의구심을 표시하는 유권자들은 늘어나는 추세이다. 언론들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슬그머니 지역구 행사를 포기하는 등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한다.
건보개혁이 오바마 대통령의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는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 미 언론들은 "개혁안이 의회에 상정되면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한 파당적 표결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결국 내용이 대폭 후퇴한 '무늬뿐인 개혁안'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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