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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음악과 권력' 권력에 아부해 온 음악의 부끄러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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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음악과 권력' 권력에 아부해 온 음악의 부끄러운 역사

입력
2009.08.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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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베치 지음ㆍ노승림 옮김/컬처북스 발행ㆍ592쪽ㆍ2만8,000원

"음악은 좋든 싫든 간에 정치적이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정치적 현상이 음악에 영향을 준다."

현대음악의 거장인 독일 작곡가 한스 베르너 헨체(83)가 한 말이다.

음악, 특히 '순수음악'을 강조하는 클래식음악을 두고 정치성을 거론하면 불경이라도 저지르는 양 여기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하지만 음악가도 사회의 일원인 이상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오히려 음악의 무균성 또는 탈정치를 강조하는 태도야말로 '정치적'이다.

독일 음악학자 베로니카 베치가 쓴 <음악과 권력> (2001)은 음악이 얼마나 정치적인지, 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소지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이 책은 '음악과 권력'이라는 주제 아래 훑어본 음악의 역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종단하면서 지은이는 음악과 권력의 관계를 점검한다. 권력이 음악을 어떻게 이용해왔으며, 음악은 권력에 아부하고 때로는 저항하며 어떤 영욕과 굴절을 겪어왔는지 많은 유명 작곡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독일어권 출신 작곡가들이 많이 등장하고, 시기적으로는 나치 독일과 2차 세계대전 이후를 많이 다루고 있다.

음악이 권력에 아부했음은 '불편한 진실'이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구소련이 음악 등 예술을 선전수단으로 동원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그너의 반 유대주의나 나치의 유대인 음악가 박해, 20세기 들어 보수적인 사회나 압제에 맞섰던 몇몇 작곡가들이 겪은 고난도 음악사의 어둠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이 책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논쟁적이지는 않다. 그냥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지금도 음악과 권력이 서로 이용하는 관계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지적은 한국 음악사에도 통한다. 10월에 나올 <친일인명사전> 에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와 '봉선화' 등 가곡 작곡가 홍난파 등이 포함된 것이나, 박정희 정권 시절 이른바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의 희생양이 된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이 지금도 일부 극우파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듣는 현실은 음악과 권력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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