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힐 대북 메시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면 다방면에 걸친 지원을 통해 경제자립을 돕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진력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변화 정도에 따라 지원 규모를 점차 확대하겠다는 현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심화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난을 감안, 정부의 지원 분야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제적 자립을 적극 돕는다는 큰 틀의 명제 아래 교육, 인프라, 재정, 생활 분야 등으로 나눠 각각의 대북 지원책을 천명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현물지원 등의 이전 방법에서 탈피해 기술 지원과 우리 기업의 현지 지원 활동 등의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치, 군사, 안보 등의 분야에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제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북한이 비핵화 계획 등을 제대로 이행할 경우 남측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그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인도적인 지원 분야에도 정부가 적극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 경우 정부가 식량이나 비료 지원 등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북측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갖가지 지원 방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미국 여기자와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의 석방 등으로 어렴풋이나마 북측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경색될 대로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모처럼 불기 시작한 훈풍의 기운을 더욱 촉진시키자는 판단에서다.
만일 이번 8ㆍ15 메시지 등을 계기로 북측이 대화에 장에 나선다면 북한에 나포된 800연안호 선원 4명의 귀환 문제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문제가 일괄 타결될 수도 있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북한의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하는 각종 지원책의 대전제는 '북한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핵 포기 의지를 보여줄 정도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면 기존의 대북 정책 원칙과 입장을 고수한다는 의미가 된다. 북측이 지금의 강경 자세를 유지한다면 결국 이날의 대북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에 대한 획기적인 제안이라기 보다 대북 지원책을 좀더 구체화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가 8ㆍ15 경축사 등을 계기로 시선을 끄는 '깜짝 제안'을 한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구체적 지원책을 대외적으로 약속해 놓고 북측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설명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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