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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참가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의 감독 엠마 프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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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참가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의 감독 엠마 프란츠

입력
2009.08.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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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삽니다. 한국인을 가르치려 영화를 만들진 않았지만 그들이 잊고 있던 국악의 가치를 깨닫게 한 듯해 너무 뿌듯합니다.”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원제 ‘Intangible Asset Number 82’)를 연출한 호주 출신의 재즈가수 겸 영화감독 엠마 프란츠(39)는 판소리 등 국악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는 호주 출신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의 국악 체험기를 담았다. 바커는 1990년대 우연히 동해별신굿 무형문화재였던 고 김석출(1922~2006)의 음악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바커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그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자 1999년부터 7년 동안 17차례 한국을 찾는다.

한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바커는 국악인 김동원씨의 안내로 판소리 등을 접하게 되고 2006년 마침내 천신만고끝에 김석출과 대면한다. 몸져 누워있던 김석출은 벽안의 제자 앞에서 장고와 태평소 등을 마지막으로 연주하고, 3일 뒤 눈을 감는다. 영화는 바커의 행적을 좇으며 우리 가락이 지닌 아름다움과 가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한국적 세계관을 묘사한다.

바커의 음악 동료인 프란츠는 2004년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를 기획한 뒤 한국을 5차례 방문하며 4년에 걸쳐 영화를 완성했다. 무형문화재 고 박병천(1932~2007) 등 국악인들을 만나며 인터뷰한 기록만 A4 용지 500장 분량에 달했다. 프란츠는 “제작비(40만 달러)에 쪼들리고 한국어 번역의 문법적 오류를 점검하느라 오래도록 힘들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정부와 일본 공영방송 NHK의 지원으로 영화 제작을 마쳤다.

영화 연출 과정은 곧 프란츠가 국악을 알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국악에서 인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고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프란츠는 “국악과 재즈는 즉흥성이라는 근본적 측면에서 맥이 맞닿는다”고 말했다. “가수로서 판소리를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득음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소리는 노래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들에도 적용할 만한 특징을 지녔다”며 “호주의 유명 트럼펫 연주자도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제천=글ㆍ사진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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