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녹색富國가는 길… 일방통행 정책으론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민들이 공감하는 국가 비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너무 성장 한쪽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서민을 위하는 나눔의 철학을 보완하는 등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 주도의 일방 통행식 정책 결정과 집행도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며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 1년을 맞은 사회 각 계층의 목소리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의 이념적 기초와 실재'라는 글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사회정의의 세가지 차원을 고르게 충족하는 발전 방식을 의미하는 반면 녹색성장은 경제성장과 환경보호의 양립성에만 주목할 뿐 사회정의라는 차원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고 분석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학술적인 관점에서 접근, 논문 형태로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추진돼온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주로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색산업발전전략, 녹색뉴딜 정책, 신성장동력 비전,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계획 등 그 동안 발표된 정책은 대부분 녹색 산업의 육성과 관련된 것이다.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 성장이란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무분별한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서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나 녹색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기 힘들다는 것.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임원은 "국가 비전이라 할 땐 성장 뿐 아니라 분배에 대한 철학도 담고 있어야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녹색성장기본법이나 정부 정책들을 보면 이러한 부분이 빠져 있다"고 밝혔다.
나눔의 철학을 보완하는 것은 최근 이 대통령이 서민층 위주의 중도 실용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소통면에서도 다소 부족했다는 평이 많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사실 국민들 의견을 수렴, 민주적인 방식으로 도출된 개념이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국정 최고 책임자가 선언한 뒤 후속 대책들이 뒤따른 것이다. 전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국가 비전을 정하는데, 정작 국민들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국무총리와 관련 부서 장관, 정부출연기관 원장 등이 중심이다. 전문 분과 소속 민간위원들도 30명 가운데 경영학 관련 교수와 연구원 소속은 21명이나 되는 반면 시민단체 대표는 단 1명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포괄하면서도 시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이와함께 '저탄소 녹색성장'이 산업 부문에선 가시적 성과가 나올 정도로 활성화한 반면 국민 생활 부문에선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들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피부로 느끼긴 여전히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모두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 만큼 크다는 것의 반증이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국민들과 소통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된다면 그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은 세계적인 흐름과도 부합할 뿐 아니라 우리가 오히려 이를 선도한 측면도 강하다. 실제로 국제연합환경계획(UNEP)는 2월 '글로벌 그린 뉴딜'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녹색 뉴딜 정책을 그린 뉴딜의 주요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도 우리의 녹색성장을 높이 평가하며 만장일치로 '녹색성장 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의제는 제대로 잡은 셈이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녹색 성장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젠 긴 호흡을 갖고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정부는 쉼없이 달리는데…기본법은 6개월째 국회서 낮잠
지난해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래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한 뒤 정부는 녹색 성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 왔다.
이 대통령의 선언 12일 뒤인 지난해 8월27일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이 발표됐다. 우리나라를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 전환하고, 2.4%인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엔 11%까지 늘린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2008년 9월엔 청와대에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 보고회가 개최됐다. 이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같은달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도 나왔다.
지난해 12월엔 녹색산업발전전략이 수립됐다.
올해 들어서도 1월 녹색뉴딜정책과 신성장동력 비전이 나왔다. 녹색기술, 첨단융합, 고부가서비스 등 3대 분야 17개 신성장동력이 이 때 확정됐다.
2월에는 녹색성장위원회 제1차 회의가 열렸다. 기후변화대책위원회, 국가에너지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통합,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발족한 것이다. 대통령 훈령으로 녹색성장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 법적인 근거로 삼았다. 위원장은 국무총리 및 민간위원장(김형국)이 맡고, 위원회는 48명의 위원(민간 30명, 당연직 18명)으로 구성됐다.
5월에는 녹색 연구개발(R&D) 계획과 그린 정보기술(IT) 국가 전략이 가시화했다.
7월에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처음으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 진입이란 녹색성장의 비전과 3대 추진전략 및 10대 정책방향 등이 이 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일에는 '온실가스 중기 감축 시나리오'가 공표됐다. 202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을 배출전망치(BAU)에 비해 각각 21%, 27%, 30% 감축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인데, 국민 여론 수렴 등을 거쳐 연내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이와함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월 국회에 제출된 뒤 아직 통과되지 않아 갈 길이 먼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녹색성장 1주년을 맞아 "선진국의 정책 제안이 대체로 저탄소사회의 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우리의 정책은 저탄소이면서 동시에 성장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복안"이라며 "녹색성장 정책이 이제 걸음마의 고비를 넘긴 만큼 앞으로의 행보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 녹색성장 우리도 배우자/ 각국 언론 특집 소개
'저탄소 녹색성장'이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올려 놓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와 함께 녹색 성장(Green Growth)을 국가 브랜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AP통신은 '유엔, 경기부양책에 그린이니셔티브 접목 환영'이란 1월23일 기사에서 한국이 침체되는 경제를 부양하고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녹색뉴딜'이라는 환경프로젝트에 향후 4년간 50조원을 투자키로 한 점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월1일자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전략을 강조하며 "일본 정부도 '일본판 뉴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4월21일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뉴색뉴딜을 통한 탄소대책을 소개하며 "한국인은 일단 마음만 먹으면 무섭게 해내는 국민들"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독일의 타게스 자이퉁도 4월1일자 기사에서 "한국의 경기부양책이 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7월8일자 '녹색성장 특집 기사'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녹색성장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중국과 인도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언론도 녹색 성장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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