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발행ㆍ288쪽ㆍ1만9,800원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한국학 대중화를 위해 진행 중인 '규장각 금요 시민강좌' 내용을 책으로 묶어 냈다. <조선 국왕의 일생> 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규장각 자료로 본 조선국왕의 일생'이라는 주제로 연 첫번째 강좌 내용을 모은 것이다. 규장각은 양반의 일생, 여성의 일생, 마이너러티의 삶 등 다른 주제의 강좌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조선>
책의 내용은 탄생에서부터 교육, 결혼, 학문, 식생활, 음주, 장례 등 조선 임금의 모든 것을 다룬다. 김문식 단국대 교수, 신병주 건국대 교수 등 12명의 강사가 차례로 진행했던 강의 내용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정리했다.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한 국왕의 모습을 도판을 곁들여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조선 임금의 모습은 대중에게 익숙하다. 곤룡포를 두르고 용상에 앉아 있거나 비빈을 거느린 채 후원을 걷는 모습이다. 이 같은 이미지는 고증을 통해 겉모습은 비교적 그럴듯하게 재현됐으나, 왕이 실제로 겪은 일과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에서 반복돼 나타나는 조선 국왕의 모습은 군림하는 지존보다 공부하는 사대부에 가깝다. 조선은 성리학의 문치를 지향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김문식 교수는 세자로 책봉된 왕자가 받는 교육 과정을 설명한다. 엄중한 의식으로 치러진 왕세자의 성균관 입학식, 오늘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해당하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 매달 두 차례 회강(會講)에서 20여명의 스승과 함께 본 시험 등 엄격한 훈육의 과정이 소개된다.
신병주 교수는 국모인 왕비가 탄생하는 과정을 상세히 그린다. 세자는 15세 전후가 되면 혼인을 했는데, 금혼령을 내리는 순간부터 세자빈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반면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궁중 여인의 한맺힌 삶을 얘기하는데,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스트레스 외에도 친정의 부침에 늘 신경쓸 수밖에 없었던 힘겨움을 얘기한다.
격무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신하들과 부딪혀야 했던 제왕학의 면모도 실려 있다. 정호훈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는 소의간식(宵依旰食ㆍ새벽에 옷을 입고 시작하여 한밤에 밥을 먹는다)는 말로 조선 국왕의 업무량을 표현한다. 성리학은 조선의 이념이자 임금의 행동 반경을 가두는 테두리로도 작용했는데, 높은 학문 수준으로 되레 신하들을 제압했던 세종과 정조 등의 이야기도 담겼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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