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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안톤의 여름' 세 아웃사이더, 조정경기로 하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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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안톤의 여름' 세 아웃사이더, 조정경기로 하나되다

입력
2009.08.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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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M. 반 덴 브린크 지음ㆍ박종대 옮김/사계절 발행ㆍ192쪽ㆍ8,500원

서민 임대주택단지 가난한 집안의 아들 안톤. 무기력한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안톤은 내성적이고 폐쇄적으로 성장한다. 그런 그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너 살 때 아빠의 어깨에 올라타서 본 강의 풍경이었다. 남자들이 탄 조정 보트가 은빛 물결 출렁이는 강물 위를 스치듯 지나갔고 어린 안톤은 한 순간 숨이 멎었다. 그 기억을 잊지 못한 소년 안톤은 어느 날 용기를 내 부잣집 사람들만 가입한다는 조정 클럽의 문을 두드린다.

클럽에서 안톤은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의 슈나이더한 박사에게 발탁돼 다비트와 함께 2인조 조정 경기 멤버가 된다. 강 건너 고급 주택가에 살던 다비트는 안톤과 달리 자신만만하고 침착한 소년이었다. 여러 면에서 안톤과 대조적인 다비트였지만 그에게도 벗어나기 어려운 숙명이 있었으니, 바로 유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1930년대 후반의 네덜란드에서라면, 유대인 딱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또 다른 등장인물 슈나이더한 박사는 독일인인데, 그가 왜 네덜란드에 와 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나치와 맞섰거나 나치의 탄압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안톤의 여름> 은 이 세 아웃사이더가 엮는 성장소설이다. 슈나이더한 박사의 열정적인 지도로 안톤과 다비트가 훌륭한 조정 선수로 거듭나고 마침내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면서 느끼는 진정한 행복, 바로 몸으로 느끼는 행복을 그리고 있다. 두 소년의 우정과 일체감, 서로에 대한 신뢰, 우승 뒤에 찾아오는 기쁨, 거기서 확인하는 존재감 등을 회상의 기법으로 보여준다. 여느 성장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우수 어린 분위기가 섬세하고 잔잔한 문장을 타고 전해지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여운이 남는다.

1998년 네덜란드에서 출판된 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11개국에서 번역됐으며 저자는 이 책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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