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환자인 저는 런던에서 무료 치료를 받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었다면 3개월도 못살았겠지요." (영국 한 시민이 트위터에 올린 글)
찬반 양론이 거세게 붙은 미국 의료보험 개혁논쟁의 불똥이 엉뚱하게 대서양 너머로 튀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의보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개혁법안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영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폄하하자 영국정부와 여론이 발끈한 것이다. 14일 발간된 영국 신문들은 미국의 현행 의료보험 시스템을 "후진적"이라며 조롱했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자국의 국영 의료보장제도(NHS)를 방어하기 위해 온라인 캠페인에 나섰을 정도다.
이처럼 영국민이 크게 자극을 받은 데는 영국 의료보험에 대한 공화당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원인. 미 공화당 의원들은 "영국 치과의사들은 이빨을 강력본드로 붙인다""영국 노인들은 치료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암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영국민을 분노케 했다.
세금을 올려 전 국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의보시스템을 과장되게 공격한 것이다. 분개한 영국 TV앵커는 미국인 게스트에게 "영국 의사들이 수술을 하는데 드라이버를 쓰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의보개혁 논쟁이 격해진 지난 12일 트위터에는 '우리는 NHS를 사랑합니다'라는 캠페인 블로그가 개설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 여기에 브라운 총리부부도 참여했다. 브라운 총리는 트위터 캠페인에 "NHS는 고통 대신 안도를, 절망 대신 희망을, 죽음 대신 생명을 줍니다. NHS에 항상 고맙습니다"라고 썼다. 사라 브라운 여사도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NHS를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NHS 체제 하에서 의료비가 세금으로 충당되며 개인부담비용은 거의 없다. 영국민 뿐 아니라 일정기간 이상 체류한 외국인들도 공짜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영국은 의사들이 공무원으로 분류된다. 진료대기 시간이 길고,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으로서 영국민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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