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늦겠다." 해가 져 어두컴컴해진 14일 저녁. 올림픽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극심한 차량 정체에 시달렸다. 공원 입구에서 제1체육관까지는 "미치겠다. 뛰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피겨 여왕' 김연아(19)를 보기 위해 제1체육관에 모인 피겨팬은 약 1만명. 한바탕 교통과의 전쟁을 치른 이들은 아이스쇼 시작과 함께 김연아 등이 나타나자 함성을 질렀다. 세계선수권을 다섯 번이나 제패한 백전노장 미셸 콴(미국)은 뜨거운 관중 반응에 놀란 눈치였다.
시계가 9시 8분을 가리킬 즈음 관중석은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가 아홉 번째 연기자로 얼음판 위에 들어섰기 때문.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죽음의 무도> 를 연주하자, 김연아는 나비처럼 사뿐사뿐 얼음판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함성과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죽음의>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우상 콴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김연아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이분을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요. 3년 만에 복귀하는 미셸 콴 선수를 소개합니다." 김연아를 좋아하는 마음이 콴에게 이어졌을까? 관중은 콴에게도 김연아에게 보낸 것처럼 애정이 어린 응원을 보냈다.
콴의 연기가 끝나자 하얀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가 다시 나타났다. 월광 소나타 선율에 맞춰 김연아가 움직이자 관중은 숨을 죽여가며 피겨 여왕의 자태에 시선을 집중했다. 2부 공연에서 최근 타계한 마이클 잭슨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김연아가 춤출 땐 관중석이 들썩였다.
김연아에 대한 애정이 넘친 덕분에 출연자들은 실수할 때마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삼성 애니콜·하우젠 아이스 올스타즈> 는 15일과 16일에는 저년 7시부터 열린다. 올림픽 시즌을 두 달 앞두고 아이스쇼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 김연아는 17일 곧바로 캐나다로 떠날 계획이다. 삼성>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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