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여행한다
우리의 땅에 있는 한 바다 위로,
눈길을 별에 주면서.
시인들 가운데 어떤 이는 여행한다
한 별의 바다 위로,
눈길을 우리의 땅에 주면서.
시인들은 여행한다
우주의 바다 위를,
눈길을 서로에게 보내면서.
● 히크메트 (1902~1963)는 터키의 시인이나 그리스에서 태어났고 러시아에서 죽었다. 현대 터키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가운데 하나인 그가 태어난 곳, 죽은 곳이 터키가 아니라는 사실은 참 흥미롭다. 태어난 곳을 그가 고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은 곳은?
그는 러시아에서 공부를 했고 그때 러시아 미래주의자들과 교류를 했고 후에 그 당시 불법이었던 터키 공산당에 가입했다. 그리고 불법적인 정치활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옥중에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를 터키어로 번역하기도 했다고 한다. 옥에서 풀려나오고 난 뒤 징집을 거부하다가(당시 그는 49세였다!) 결국 그는 모스코바로 망명길에 올랐다. 전쟁과>
글쎄. 그는 죽을 곳을 고를 수 있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정치사가 한 시인의 일생을 혹독하게 지배한 예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를 보라. 여행하는 시인 ‘우주의 바다 위를’, ‘서로에게 눈길을 주면서’ 여행하는 시인들과 시인들의 혼이 담긴 여행하는 별. 그의 시 영혼은 바로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그는 2009년에야 비로소 터키 국적을 회복했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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