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면서 핵심 쟁점으로 삼은 삼성SDS BW의 적정 행사가격을 1주에 1만4,230원으로 산출, 이를 근거로 이 전 회장 등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적정 가격보다 낮은 주당 7,510원에 인수하게 해 삼성SDS에 227억원의 피해를 입혔다고 다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삼성SDS의 경영 이익을 높이고 이미 손해를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의 원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따라 특별검사나 삼성 측의 재상고 절차가 아직 남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및 삼성SDS BW 저가 발행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사실상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린 만큼 삼성 사건 재판은 종착역에 이른 것이나 다름 없다.
법원이 원심과 달리 이 전 회장의 배임혐의를 인정한 것은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한 것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과 반발이 클 것이다. 새로이 유죄 혐의가 추가됐는데도 다른 감경 사유를 앞세워 가중 처벌을 하지 않은 때문이다.
횡령ㆍ배임 등 이른바 화이트컬러 범죄를 공정하게 다루겠다며 양형 기준표까지 만든 법원으로서는 비판 여론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법원이 여전히 가진 자와 힘있는 자에게만 너그럽고, 없는 자와 약한 자에게는 엄격하다는 인식을 부추길 것이 걱정스럽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거친 법원 판결은 존중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사회의 그릇된 관행을 과거보다 훨씬 엄정한 여론과 법의 잣대로 심판한 사실에 비추어 선고 형량을 마냥 시비할 건 아니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부의 대물림과 투명한 경영 풍토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9년을 끈 이 사건의 교훈을 값지게 간직하는 지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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