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무자비한 폭력이 그대로 담겨 있는 조선총독부 고등법원 판결록 한글본이 법원도서관(관장 이동명)에 의해 14일 추가 발간됐다.
이번 판결록은 일제 총독부 고등법원이 1920년 선고한 민ㆍ형사 사건을 번역한 '국역 고등법원판결록' 제7권이다. 3ㆍ1만세운동 이듬해 이뤄진 판결기록에는 독립운동 진압과 독립운동가 수사과정에서 일본 군대와 경찰이 자행한 폭력과 고문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친일파 처단을 위한 대한광복회를 조직했다가 끝내 사형된 채기중 선생은 "경찰이 연일 악형을 멈추지 않고 몇 번이나 사경에 이르렀는데도 전혀 용서하는 바가 없었다"고 잔혹한 심문과정을 상고이유서에서 고발했다.
3ㆍ1운동 가담 혐의로 기소된 당시 연희전문 신학생 이병주 선생도 상고이유서에서 "경찰이 법을 경시하여 교회당 및 학교에 방화하고 양민을 총살했다.
경관이 격분하고 발검(拔劍)하여 남녀학생을 난타하여 유혈이 낭자하고 거의 죽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일제 재판부는 독립운동가인 피고인들의 주장이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은 굴하지 않고 독립의 정당성과 일제의 침탈을 규탄했다. '식민지 관리는 되지 않겠다'며 판사직을 버리고 대한광복회에서 활약한 박상진 선생은 "우리 2,000만 민족은 노예로 변했다"며 "피눈물이 샘솟는다"고 진술했다.
이병주 선생은 "총독부가 우리 민족의 행복을 증진하고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혹을 품게 함으로써 난세를 만들었다"고 일제를 비난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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