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첫 주말인 16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교통안전공단 강북교육장. 평소 넷째 주 일요일을 빼고 주말엔 문을 닫지만, 이날은 전날에 이어 교통안전 교육을 들으러 온 530명이 강의실 2곳을 가득 채웠다. 교육생 대부분은 광복절 특사로 운전면허 응시 자격을 회복한 사람들이었다.
운전면허 특별감면 대상 150만 명 중 면허취소자 19만7,614명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교통안전 교육부터 학과, 기능, 주행시험까지 면허시험 전 과정을 다시 거쳐야 면허를 딸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한꺼번에 면허 취득에 나설 것에 대비해 15일부터 한달 동안 토ㆍ일요일에도 운전면허시험을 실시하고, 이 기간 중 교통안전 교육 횟수도 주말 교육을 추가해 489회에서 941회로 늘리기로 했다.
덕분에 주말 전국 운전면허시험장(26곳)과 교통안전교육장(22곳)은 하루 빨리 면허를 재취득하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교통안전 교육에 나온 심모(41)씨는 "지난 5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2년 동안 면허를 못 딸 처지였는데 다행히 구제됐다"며 "사람이 몰리면 시험 보기 힘들 것 같아 약속도 급히 취소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택시ㆍ버스ㆍ화물차 기사 등 '생계형 운전자'들의 참가율이 높았다. 박미소 강북교육장 교수는 "지난달 대규모 사면 소식이 나온 뒤 교육 신청이 쇄도해 평소 쓰지 않던 대강당까지 열었다"고 말했다.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토요일 2,408명에 이어 일요일에는 그 2배가 넘는 5,146명이 학과시험에 참여했다.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는 "평일엔 오후 4시까지만 접수하면 당일 학과 시험을 치를 수 있었지만, 앞으론 늦어도 오전 11시까지는 와야 당일 시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허시험장 주변에선 '속성 합격'을 내세우는 운전학원의 호객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강북교육장 앞에도 학원 서너 곳에서 나와 '최저비용 20만원대, 기능+주행 3일 완성' 등의 내용이 적힌 명함식 전단을 배포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보통 전문학원에서 면허를 따려면 80만원에 2주 정도 소요되지만, 면허 취소자에겐 주행 시험은 면허시험장에서 보는 조건으로 26만원을 받고 있다"며 "기능 시험은 하루 만에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에선 주말이나 야간 시험도 실시하겠다며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원들이 면허 취소자를 '봉'으로 삼아 '사면 특수'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의 한 전문학원 관계자는 "전문학원은 기능 교육 20시간, 도로주행 교육 15시간 시행 조건으로 경찰청 인가를 받고 자체 면허시험을 치르고 있지만 실제론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교육 시간을 채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면 때마다 면허 취소자를 대거 받아들여 우선 교육하느라 정작 제값 내고 등록한 정규 학원생들의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비인가 학원 중엔 전문학원보다 싼 수강료를 제시한 뒤 실제 운전교육 대신 실내 시뮬레이션 교육으로만 일관해 원성을 사는 일도 많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운전면허 특별감면에 맞춰 무등록 운전학원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돼 일선서에 특별 단속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