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신동' 김지석의 생애 첫 타이틀 획득이 눈앞에 다가왔다. 12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5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3번기 제1국에서 김지석이 이창호를 불계로 물리쳤다. 김지석은 19일과 26일에 열릴 결승 2, 3국 중에서 한 판만 더 이기면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루게 된다.
김지석은 어린 시절 조훈현이 제자로 탐을 냈다는 얘기가 바둑계에 널리 퍼지면서 입단 전부터 바둑 신동으로 짜하게 소문이 났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성장은 상당히 더뎠다. 열네 살이 돼서야 '겨우' 프로가 됐고 입단 후에서도 크게 주목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만 스무 살에 접어든 올 초부터 파죽의 연승 행진을 거듭하면서 드디어 정상을 향한 본격적 질주를 시작했다. 명인전을 비롯 천원전 LG배 삼성화재배 등 국내ㆍ외 7개 기전 본선에 오르면서 44승8패(승률 85%)로 다승 및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초 14연승을 기록해 연승 부문에서도 사실상 1위를 굳힌 상태다.
김지석은 그동안 이창호와 4번 맞대결해 모두 패하는 등 상대 전적에서 크게 열세를 보인 데다 하루 전에 열린 명인전 본선리그서 서건우에게 힘없이 무릎을 꿇어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44승을 기록하는 동안 단 한 차례 밖에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는 통계가 말해 주듯 하룻 만에 다시 기력을 회복해 중요한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한편 이창호는 요즘 다시 부진한 모습이다. 응씨배 춘란배 후지쯔배 등 올 들어 벌어진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2005년 이후 국제 기전 8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달갑지 않은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기전 우승도 바둑왕전 단 하나뿐이다. 특히 며칠 전에 농심배 대표선발전에서 김승준에게 지는 바람에 3년 연속 예선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는데 이번에 또 중요한 경기를 잇달아 놓쳐 전날 패배의 아픔을 거뜬히 극복한 김지석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번 결승 1국에서도 이창호는 정상 컨디션이 아닌 듯했다. 이번 대국은 초반에 김지석이 성급히 대마 공격을 하다 반격당해 국면의 주도권이 일찌감치 이창호에게 넘어갔다. 이후 김지석이 계속 흔들기를 시도하며 끈질기게 따라 붙었지만 이창호의 두터움에 막혀 좀처럼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물가정보배는 각자 제한 시간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는 속기전. 두 대국자가 초읽기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이창호의 형세 판단에 조금씩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크게 유리한 상황이 아닌데도 김지석의 추격에 자꾸만 뒤로 물러서더니 끝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과거 '신산'이라 불리며 끝내기의 달인으로 군림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과연 1주일 후 벌어질 결승 2국에서 김지석이 또 이겨서 또 한 명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보게 될지, 아니면 이창호가 반격에 성공해 마지막 승부를 다음으로 미루게 될지 궁금하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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