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을 받은 공무원이 나중에 돌려주려고 마음먹는 등 범죄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소속 기관의 징계처분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금품을 받은 것 자체가 공무원의 청렴성을 훼손한 행위인 만큼 징계처분은 형사처벌과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정형식)는 서울시 건축 관련 공무원인 A씨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도 감봉 1개월의 징계는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건축사무소 소장 B씨로부터 식사를 대접 받았다. 식사가 끝난 후 B씨는 A씨가 차에 오르자마자 5만원짜리 주유권 20매가 담긴 봉투를 A씨 상의에 집어넣었고, 직후에 A씨의 상사가 뒤따라 차에 올랐다.
A씨는 사람들 앞에서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 나중에 돌려주려고 마음먹었지만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서울특별시 기강감사팀에 적발됐다.
검찰은 A씨에게 수뢰의 범의(犯意)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B씨에게는 뇌물공여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A씨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추후에 돌려줄 의사와는 관계없이 봉투를 받은 행위는 공무원의 청렴성을 의심받게 하는 것"이라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봉투를 받은 사실만으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13년간 아무런 징계도 받은 바 없고, 장관표창을 수 차례 받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봉 1개월 처분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