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직선제에 가까운 현 총장 선출방식을 '재단 임명 후 교수 동의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재단임명제로 환원하거나 간선제를 도입하는 등 총장 선출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우리 대학사회 전반의 두드러진 경향이다. 앞서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동국대 경북대 조선대 등 주요 대학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직선제를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미 총장을 뽑았거나, 앞으로 뽑을 계획임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사학으로서 상징성을 갖는 연세대의 결정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의미가 작지 않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의 성과물로 각광 받았던 총장직선제가 20년도 못 넘기고 구시대적 유물처럼 전락한 이유는 자명하다. 과열선거 양상으로 인해 과다한 선거기간과 비용 지출, 금품ㆍ향응 등의 난무에 따른 대학문화의 황폐화, 연구 및 면학 분위기 저해 등 갖가지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선제의 가장 큰 효과로 기대됐던 학내 구성원간 통합 대신 선거와 논공행상 과정에서 지연ㆍ학연ㆍ소속 단과대별 인맥 형성으로 분열상이 되레 심해졌는가 하면 재단과의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한 대학행정의 비효율성도 문제가 돼왔다. 대학마다 절박하게 생존과 혁신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총장직선제는 더 이상 어울리는 제도가 아닌 것으로 판명 난 것이다.
그러나 대학가의 무조건적인 직선제 폐지 흐름에 우려되는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학교행정이 독단적, 비민주적으로 이뤄지는 등 직선제 이전의 병폐가 고스란히 부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상당수 사학에서 여전히 족벌재단의 전횡이 자주 문제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총장 선출방식을 바꾸더라도 재단의 전횡을 막고 최소한의 학내 비판 및 견제, 여론수렴 등의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오랫동안 구성원간 협의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고, 총장을 선임할 때 교수협의회의 추인을 얻도록 한 연세대의 사례는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