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하고 싶다"며 고교 2학년 때 옷가지 넣은 트렁크 2개를 끌고 무작정 상경한 당돌한 시골 소녀. 2005년 MBC 시트콤 '논스톱5'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다.
배용준 최지우 송혜교 송승헌 등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를 배출한 당시 KBS의 사계 시리즈 중 하나인 '봄의 왈츠'의 여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투사부일체' 등 영화에도 간혹 얼굴을 비쳤지만 대중의 기억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47.1%. 올해 최고의 드라마 시청률을 기록하며 데뷔 후 5년 내내 따라다녔던 '기대주'란 꼬리표를 깨끗이 떼어버린 배우 한효주(23). 폭염이 내리쬐는 10일 오후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이하 '찬유')에서 극중 박준세(배수빈)의 레스토랑으로 등장했던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상녀'(선한 인상을 가진 사람)란 별명의 그와 마주했다.
- '찬유' 종영 후 어떻게 지내나. 드라마가 너무 잘돼 '이젠 내리막길뿐'이라는 농까지 하는데.
"CF도 촬영하고 인터뷰도 하고 거의 쉬지 못하고 있어요. 종영 후가 더 바쁜 것 같아요. 제작진이 '너 이제 끝났다. 어쩔래'라며 놀리시더라구요.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는데 드라마나 영화에 다 관심이 있어요. 어느쪽이든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 '찬유'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처음부터 대박 예상했나.
"처음에는 이 정도로 대박이 날 줄 몰랐어요. 시청률에 대한 욕심은 크게는 없었어요. 잘 나오면 좋겠다였지, '잘 나와야 돼!'라는 생각은 아니었죠. 이승기씨랑도 30%만 나오면 대박이겠다 그랬는데 17%나 더 나왔지 뭐예요. 요즘은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기분이 참 달콤하다고 느껴요. 감사할 뿐이죠."
- '찬유'의 성공 비결은.
"드라마가 워낙 재미있었잖아요. 방송이 끝나면 다음 회는 어떻게 되냐고 많은 분들이 물어볼 정도로 강한 엔딩 신이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한 것 같아요. 극 초반 고은성이 많은 일을 겪게 되다 김미숙 선생님의 악역 연기와 반효정 선생님 가족 이야기 등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더욱 흥미를 끌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 '봄의 왈츠'에 캐스팅됐었지만 사계 시리즈 주인공 중 가장 '못 떴다'. 부담은 없었나.
"못 떴다는 것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어요. 다만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잘 못했던 것 같아 굉장히 상실감이 컸었죠. 그땐 너무 '초짜배기'라 아무것도 몰라 거의 맨땅에 헤딩했다고 할까, 아무튼 힘들고 너무 아팠어요."
-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배우는 비우고 채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꽉 찬 상태라 좀 비워내야 될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 따라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성이나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는 저예산 영화도 시나리오만 좋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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