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표방해온 '적성국과의 대화 외교'는 여전히 유효한가. 북한 및 이란 핵문제, 미얀마 인권 상황 등에 대한 뾰족한 돌파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오바마가 추구하는 '악수외교'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취임사에서 "당신들이 주먹을 편다면 우리는 손을 내밀 것"이라며 반미국가들에 대한 대화 외교를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해 7월엔 집권 첫 해에 북한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등 '불량국가'의 지도자들을 "조건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강성외교를 펴 반미정서를 부추기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노선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취임 7개월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적성국 외교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자 의회와 전문가들로부터 오바마 정책이 미국의 '유순함'만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미 의회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빠른 시일 내 포기하지 않으면 강력한 경제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해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한 것은 상징적인 예이다.
워싱턴 정가에는 민주당 경선 당시 오바마의 '적성국 대화 외교'를 "천진난만하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당연히 언론과 전문가들의 오바마 외교에 대한 평가에는 명암이 있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찰스 쿱찬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으면 미국의 개입정책은 유화책으로만 비칠 수 있고 이는 부시-매케인의 향수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성적표를 "북한에게는'역습'을 받았고 이란은 '침묵'하고 있으며 시리아와 쿠바는 '완만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더 강한 비판론자들은 오바마식 외교기조가 적성국들을 더 대담하게 하는 '잘못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란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 독일 이탈리아 등은 여전히 이란에 대규모 경제투자를 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핵지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란은 또 선거부정과 시위 유혈진압을 저질렀고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러나 집권 7개월 만에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또 오바마 스타일로 국제사회의 신뢰가 회복된 것은 보이지 않는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과거처럼 미국의 호전적 정책을 악용해 반미 명분을 쉽게 내세울 수 없도록 한 것은 성과"라는 것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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