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남궁현(南宮炫ㆍ1901~1940) 선생이 18세의 나이로 독립만세 운동에 참가했다가 일경(日警)에 체포돼 재판을 받으면서도 일제의 조선 병합을 호기롭게 비판한 상고이유서가 공개됐다.
대법원 법원도서관이 발간한 국역 고등법원판결록 6권(형사편)에 따르면 신흥학교 재학시절인 1919년 3월 전주에서 독립만세운동에 가담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 등을 나눠준 혐의로 기소돼 1ㆍ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남궁 선생은 당시 최고재판소인 경성고등법원에 장문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이 글에서 그는 "조선의 독립은 하늘이 정한 이치"라며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른 백성을 무기로 포살(砲殺)하고 감옥에 넣어 고통을 준 것은 일본의 큰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선이) 단군개국 5,000년 이래 세계에 빛나는 문명 시대가 있었지만 일본에 대하여 미개하거나 불법행동을 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백제 왕이 학사를 파견해 학술과 예법을 전수했다"며 일제 통치의 폭력성을 꾸짖었다.
고등법원은 "조선민족이 독립을 희망하여 그 운동을 하는 것이 정당한 행위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끝내 그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는 이후에도 독립운동을 계속하다가 네 차례나 옥고를 치렀고 옥살이의 후유증 때문에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순국했다. 1986년에 건국포장, 1990년에 건국훈장이 추서됐다.
남궁 선생과 같은 혐의로 체포된 동료 고형진(당시 21세) 선생도 상고이유서에서 일제의 차별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극단적인 무단정책으로 압박을 가한 것은 구한국시대(조선시대)의 반상(班常) 차별보다도 몇 배나 심한 것"이라며 "행정상 차별 뿐 아니라 교육, 법률, 심지어 죄수 취급에 이르기까지 조선과 일본을 구별한다"고 개탄했다.
이영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