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어제 석방돼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3월30일 북측이 "공화국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ㆍ 타락시켜 탈북시키려 책동했다"는 혐의를 씌워 억류한 지 136일 만이다. 유씨 석방이 동해에서 조업 중 위성항법장치가 고장 나 북방한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한 경비정에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들의 조속한 송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유씨의 귀환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경색된 남북관계가 회복될 조짐으로 볼 만하다. 그의 석방은 직접적으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성과이지만, 북측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조용히 협의를 진행한 정부의 물밑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따라서 남북 당국이 대치 자세를 벗어나 새로이 화해와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서울로 돌아오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현안이 어떻게 해결될 지 예상하기 어렵다. 북측이 유씨를 석방한 것에 비춰 개성공단 통행 제한을 해제하는 등 공단운영을 정상화하고, 과도한 토지임대료와 근로자 임금 요구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기를 기대한다. 개성공단의 남측 인원을 일방적으로 억류하고 면접조차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다짐을 받고 구체적 신분보장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상당한 현금을 북한에 제공하는 금강산과 개성관광의 재개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전제로 협상에 복귀하도록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가 및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관계 복원 및 안정적 발전이 북한의 핵 협상 복귀를 앞당길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전향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도 재개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적극적 의지와 새로운 비전이 대통령의 8ㆍ15축사에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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