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뉴욕과 파리 같은 그레이트 시티(위대한 도시)로 만들겠다."
취임 초 '창의시정'을 앞세워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에는 그레이트 시티(Great City) 조성을 시정의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오 시장은 12일 도시비교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행크 사비치 미국 루이빌대 교수와 가진 대담에서 "뉴욕과 파리시민이 '뉴요커'와 '파리지엔'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듯이 서울 시민들도 위대한 도시의 구성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4년마다 실시되는 선거결과에 따라 일관된 정책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Don't worry. I'm strong man(걱정 마십시오. 나는 강한 사람입니다)"라며 영어로 답했다. 이날 대담은 남궁근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의 사회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내용.
사비치 교수=1990년대 각국 정부는 민간 따라 하기에 매진했다. 하지만 정부의 창의성은 민간분야 모방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이 꽃 필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오세훈 시장=취임 후 가장 큰 걱정은 직원들이 청계천과 버스전용차로제 성공에 너무 고무돼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130개 부서 중 10개 부서만 기여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시민고객 개념을 담은 창의시정을 꺼내 들었다. 시민들은 세금을 선불로 낸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사비치= 창의시정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지식도 공유돼야 하고 때로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오= 기본적인 것부터 바꿨다. 인사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려고 했고 실제로 상당부분 바꿨다. 10년 걸리던 승진이 5~6년 안에 가능하다면 열심히 일하지 않겠나.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교수 중심으로 꾸려진 위원회보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포털 시스템을 활용했다. 때로는 귀찮고 과정도 길어졌지만 취임 때보다 아이디어 제시가 3.5배 증가했다.
사비치= 21세기 도시 경쟁력은 인재확보가 관건이다. 서울은 외부인재를 수혈해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오= 매력 있는 도시는 살고 싶고, 관광하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도시 아니겠나.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 촌장이, 이촌동에는 일본인 동장이 있다. 외국인 거주지가 상암동에 있고 양재동에도 조성중이다. 외국인 학교조성에는 부지와 컨텐츠를 모두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사비치= 그레이트 시티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코스모폴리탄이 돼야 한다. 로마가 위대한 도시였던 이유는 전세계를 위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서울이 수도라는 뜻이라고 들었다. 아시아의 수도, 세계의 수도라는 개념을 목표를 세우는 것은 어떨까 싶다.
오= 위대한 도시는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도시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열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뉴요커나 파리지엔 같은 자부심이 아직 서울시민에게는 부족하다. 내가 창의, 문화도시, 컨텐츠,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비치= 공감한다. 그러나 4년마다 실시되는 선거결과 때문에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오= 그래서 (누가 시장이 되든) 쉽게 바꿀 수 없도록 인사, 감사, 재교육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다. 걱정 말라. 나는 강한 사람이다.
●행크 사비치 교수 약력
▲ 뉴욕대 정치학 박사
▲ 미국 루이빌대 행정학과 교수
▲ 미국연방정부 주택조사개발부 연구위원
▲ 시장도시정상회의 자문위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문위원
▲ 미국 정치학회 도시정치위원회 회장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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