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정국의 이른바 '김일성 진위논란'과 관련, 당시 미 군정 당국은 북한 권력을 장악한 김일성은 가짜이지만, 그를 사칭한 김성주는 전설적인 항일투사인 진짜 김일성의 조카라고 파악했던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미 메릴랜드주 연방정부기록보존소(NARA)가 보관해온 '북한의 한국인들'(1948년 8월1일 미 군정 작성)이란 자료에는 본명이 김성주인 김일성이 1924년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갔고, 이후 항일투사인 실제 김일성의 행세를 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미 군정이 북한 김일성 주석에 대해 일찌감치 '가짜 김일성'이란 판단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비밀로 분류돼온 이 자료엔 김성주(1994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가 1929~1930년 만주와 조선 국경에서 활동한 진짜 김일성의 조카이며, 그가 중국으로 들어가 김일성 유격부대에 합류한 후 실제 김일성이 55~60세에 사망하자 명령 때문인지 자발적이었는지 몰라도 자신을 '유명한 전사'(김일성)로 가장했다고 적혀있다.
이 자료는 그러나 김성주가 '명석하고 차분하며 일을 할 때 핵심을 놓치지 않아 업무를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기록했다. 자료엔 이와 함께 김성주가 훈련을 위해 시베리아로 건너간 한국인들 가운데 한 명으로 1943년 소련에 의해 유럽으로 보내졌던 인물이라는 또 다른 설도 소개됐다.
자료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김성주가 귀국해 북한 공산정권의 지도자와 만주의 조선의용군 지도자가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자료가 만들어지기 전인 1947년 9월 1일 미 군정이 작성한 '유력 한국정치 지도자 약력'이란 별도의 자료에도 김일성 주석의 본명은 김성주라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자료는 김일성을 만주 국경지대의 유격대 지도자라고만 언급해, 이후 1년 사이에 미 군정의 김일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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