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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정 선언 1년/ <중> 너도나도 녹색 포장, 커져가는 그린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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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정 선언 1년/ <중> 너도나도 녹색 포장, 커져가는 그린버블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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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베어내고 태양광 패널 설치 "오히려 환경 훼손"

정부의 '저탄소 녹색 성장'이 외형적인 녹색 이미지를 포장하는 데만 힘을 쏟으면서 1년이 다 되도록 정작 실질적인 녹색 알맹이는 찾기 힘들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처이기주의 속에 개념조차 불투명한 '거꾸로 된 녹색', '짝퉁 녹색' 정책들이 난무, 오히려 진정한 저탄소 사회와 녹색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우려이다.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4대강 정비 사업이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으로 둔갑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4대강 살리기를 포함시켜 앞으로 5년간 10대 정책 과제 중 가장 많은 36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 성장과 4대강 정비는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4대강 정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아니고 녹색 성장 산업과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막대한 재원이 엉뚱한 곳에 투입되며 정작 '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의 왜곡도 심하다. 특히 '저탄소 녹색 성장'과 가장 가까운 철도는 오히려 찬밥 신세이다. 국토해양부의 '2010년 철도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철도건설 예산은 3조2,548억원으로 올해보다 29%나 줄어든다.

자전거 정책도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전거를 활성화하는 것은 언뜻 보면 자동차 이용을 줄이게 돼 저탄소와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전국을 자전거 도로로 연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반론이 적잖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또는 지자체 사이를 자전거를 이용해 갈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심 내 자전거 도로를 확충, 자전거가 출ㆍ퇴근용 대체 교통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질인데 지금의 자전거 정책은 전시행정용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일각에선 일부 마니아를 위한 레저용 자전거 도로를 위해서 전 국민의 혈세가 사용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자전거 산업도 순서가 뒤 바뀐 건 마찬가지이다. 박진희 동국대 교수는 "대만의 자전거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사회적 시스템이 자전거 이용에 편리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런 토대 없이 인위적인 기술 개발 등에 자금을 쏟아 붓는다고 자전거 강국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자전거 산업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란 얘기이다.

지금의 '저탄소 녹색 성장 정책'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측면에서도 봐도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 사업 등을 통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수출 산업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만드는 일자리는 크게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 10억원당 취업유발 인원은 2007년 9.4명으로, 2000년 15.3명, 2005년 10.8명, 2006년 9.9명에서 계속 감소 추세이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녹색 일자리' 보고서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에너지 효율을 20% 높이면 모두 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이 주로 수출 산업화보다는 내수에 기반한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중점을 둬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질은 환경과 경제가 서로 상생하며 선순환하도록 하는 것인데도 환경을 훼손해가면서 '외형상의 녹색 성과'만을 만들어낸 경우들도 있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소는 대부분 땅값이 싼 야산을 이용, 건설됐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태양광 패널을 세운 것. 이렇게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만들면 한국전력의 전기발전원가(1㎾h당 68원)와 태양광 발전원가(1㎾h당 600원 안팎)의 차이만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엔 너도나도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 태양광 발전 신규 보급용량이 276㎿에 달했다. 2007년(45㎿)의 6배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이 폭증하자 2012년까지 발전 지원 용량을 500㎿로 설정해 놓은 정부는 올해 지원 용량을 50㎿로 제한했다. 값이 싼 중국산 태양광 모듈만 범람, 국내 산업 육성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지원 용량이 지난해의 5분의1 수준으로 줄자 태양광 발전을 준비하던 사업자는 큰 혼란에 빠졌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고 하지만 정작 따져보면 저탄소도, 녹색도, 성장도 아닌 정책湧?남발되고 있는 데다 여전히 부처간 정책을 조정할 콘트롤타워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근사하게 포장한 선물을 내 놓으려 하기 보단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단열부터 강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생활의 녹색화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거품' 끼는 녹색테마株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후 최근 1년간 증시에서는 2000년 'IT 거품'을 연상시키는 일들이 재연되고 있다. 이른바 '녹색 테마주'의 급등락 현상이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세대 '녹색 테마'인 태양광 사업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OCI(구 동양제철화학) 주가가 2007년초 4만원대에서 23만원대로 급등한 이후 녹색테마 바람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세대 '녹색 테마주'로 불리는 발광다이오드(LED), 원자력, 2차전지(축전지) 기업들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며, 최근에는 3세대인 하이브리드카, 스마트 그리드(전력 IT), 지열 폐기물 기업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강풍이 잦아지면, 바람을 타고 날아 올랐던 연이 가라앉듯 H사와 Y사 등 일부 테마주의 경우 주가가 단기간 급락하고 있다. 풍력테마주인 H사의 경우 5월말에는 주가가 4만원을 넘어섰으나, 최근에는 다시 2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Y사도 5월말 5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이달 들어서는 최근 2만원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300대에서 1,550대까지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뒤늦게 이들 종목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또다시 거품 붕괴의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경우 올해 2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녹색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거품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녹색기술'의 정의가 워낙 모호하고, 그만큼 '녹색기술'이라고 자처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머니 게임'의 소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규모를 정해놓고 녹색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라고 부추기기 때문에 부실대출이나 보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상 토목 사업인 '4대강 살리기'와 자전거 제조업이 녹색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이쯤 되면 녹색성장은 버블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과거 'IT 거품' 사태를 재연하지 않으려면 녹색 기업에 대한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는 녹색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량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기준은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기술 중심의 녹색 기업에 있어서는 선두 기업이 전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인 만큼 글로벌 수출 경쟁력은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녹색산업의 기술 집약적인 특성상 국제 특허 보유 수준이나 기술 경쟁력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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