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행 이후 초점은 자연스레 남북 관계 개선에 모아지고 있다. 현 회장 방북 성과에 관계없이 실타래처럼 얽힌 남북관계가 풀리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이들은 현 회장 방북에 앞서 어느 정도의 남북 당국간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현대가(家)가 남북관계 추동력의 상당부분을 만들었고, 남북 당국간 관계에서도 촉매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북측이 현 회장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메신저로 활용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측의 토지임대료 및 임금 인상 요구로 난항을 겪는 개성공단 문제와 작년 7월 남측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 등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회장 방북이 금강산관광 등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복원시키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한 특유의 방식으로 대화 국면을 열어보겠다는 신호탄인 만큼 대화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깜짝 면담이라는 이벤트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의 본질적인 태도 변화가 뒤따를지는 더 지켜 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 이후 북미관계를 보면 이 같은 우려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클린턴의 방북보고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다시금 대북 제재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가 풀려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미 여기자 석방처럼 인도주의적인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개성공단, 북핵문제 등 현안은 남북대화 채널이 활짝 열리고, 협상의 속도가 붙지 않는 한 속시원하게 풀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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