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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돈 싸움만 비추는 동방신기 사태 건강한 연예산업 구축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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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돈 싸움만 비추는 동방신기 사태 건강한 연예산업 구축 계기로

입력
2009.08.1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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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재벌닷컴은 연예인들이 지닌 상장사 보유주식 지분가치를 평가, 발표했다.

이수만 회장이 187억3,000만원어치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소유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80억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소속 아이돌 스타의 인기에 힘입어 주식가치가 급상승했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스타들의 연예활동만으로 수익을 올리던 시절은 지났다. 연예기획사는 상장한 주식가를 소속 연예인의 인기를 기반으로 상승시키고 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더 열심이다.

연예기획사들의 인수합병 또한 금융자본과 결합한 채 이뤄지고 있다. 인기스타를 보유한 기획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강력한 예능 파워를 구축하고, 그 여세를 몰아 코스닥에 상장하는 패턴을 밟고 있다.

인기스타를 한데 합친 강력한 기획사를 만들어 방송사 등에 협상력 우위를 행사해 배타적 출연권을 확보하고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상장된 주식가치를 상승시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DY엔터테인먼트와 팬텀엔터테인먼트 간 전략적 합병이 대표적이다. 개그맨 신동엽이 대표인 DY엔터테인먼트에는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지석진 등이 소속돼 있었다. 팬텀엔터테인먼트는 강호동, 박경림, 윤종신, 지상렬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팬텀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도너츠미니어(팝콘필름)를 통해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 올해 초 De Chocolate E&TF 사를 출범시켰다. 지상파 방송의 주요 진행자들이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워 강력한 연예인 라인업을 형성, 방송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코스닥 상장 혹은 상장된 주가를 상승시켜 수익을 챙기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연예기획사 간 과잉 경쟁, 계약 갈등, 주식가를 높이기 위한 비합법적 프로모션, 대중인지도 상승을 위한 미디어 노출 전략 등은 이미 연예계의 흔한 사건이 되고 있다. 장자연 사건, 최근 동방신기 사건 등도 그로부터 파생된 문제들이다.

연예판의 덩치는 커졌지만 연예산업의 동력인 다양성, 창의성 등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기획사를 거치지 않고는 대중의 곁에 다가갈 수 없는 시스템이 구축된 탓이다. 그래서 연예계에는 비슷한 기획의 결과물로 나온 닮은꼴들이 넘친다.

대중스타들 또한 연예산업과 금융자본 간 커넥션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도록 돕는 포트폴리오에 지나지 않는다. 돈의 논리 앞에 한정된 소모품적 성격을 갖는다. 주식가를 올리는 데는 당장 유행에 민감한 내용들만 표출해내면 될 뿐 특별히 음악성이나 예술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동방신기와 SM 간 갈등이 이전투구처럼 설명되고, 돈을 둘러싼 암투처럼만 해석되고 있어 안타깝다. 연예산업의 건강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의제가 설정될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과소해 보인다.

금융자본이 연예산업의 칼자루를 쥐는 형국에서 여전히 돈을 세는 셈법만 난무해 안쓰럽다. 문화적 논리가 조금이라도 스며들 여지를 만들지 않는 연예산업 담론 판에 절망감마저 느낀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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