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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136일만에 귀환/ 부메랑 될 김정일의 '진빼기'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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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136일만에 귀환/ 부메랑 될 김정일의 '진빼기' 전술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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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기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보여준 행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방 시찰 등을 이유로 현 회장과의 면담을 계속 지연시키며 애를 태우게 만들었다.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효과는 있었겠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때와 비교돼 '한미 차별'이란 얘기가 나오는 등 비판의 소리들이 쏟아졌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측 방북 인사와 김 위원장의 면담을 사전에 약속한 적이 없다. 보안 경호 문제도 있고, 최고지도자의 일정을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는 체제상 이유도 있다.

그러나 북측과 사전 조율 끝에 "평양에 한 번 오시라"는 말까지 듣고 간 터라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의 초대를 받은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이 평양에 도착한 시점을 전후해 그곳에서 200여km 떨어진 함경남도 함흥을 시찰했다. 손님을 초대해놓고 자리를 비운 격이다.

그는 과거에도 무례를 범해왔다. 1998년 10월27일 소떼 500마리와 함께 방북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2005년 7월 방북한 현정은 회장은 각각 나흘, 닷새 만에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2005년 6월 정부 대표로 평양을 찾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방북 전부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평양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는 17일 아침에야 면담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에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출발 일자를 갑자기 하루 늦추는 바람에 갖가지 억측을 불러온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치적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통치술,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의전과 외교 관례를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이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이 4일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때나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올 때는 사전 약속대로 면담을 진행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이번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에 대한 대우도 미국 여기자 2명과는 너무 달랐다. 미국 여기자들에게는 미국을 대리한 스웨덴 외교관의 접견을 허용하고, 가족과 통화까지 하게 했으나 유씨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접견 요구를 무시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는 북한의 모순된 행태가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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