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부터 북한에 억류됐던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가 13일 석방돼 남쪽으로 돌아왔다. 억류 136일 만에 귀환한 것이다.
유씨는 이날 오후 5시10분 개성공단에서 추방 형식으로 풀려났고, 오후 8시45분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유씨는 기자들 앞에서 "무사히 돌아오게 돼 기쁩니다.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준 정부 당국과 현대아산,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밝힌 뒤 차에 올랐다. 곧이어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동한 유씨는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인데 1차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관계 당국의 경위 조사도 받게 된다.
개성공단에서 숙소 관리를 담당하던 유씨는 북한 체제 비판, 여성 종업원 탈북 책동 혐의로 3월30일 북측에 체포됐다. 이후 정부는 3차례의 남북실무회담을 통해 유씨 석방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북한을 방문한 뒤 유씨 석방 문제가 급진전됐다.
북측은 이날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 합의서' 10조를 근거로 유씨 조사 경위를 낭독한 뒤 추방 형식으로 풀어줬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석방과 관련해 대가를 지불한 것은 없다"며 "정부는 사과나 유감을 표명한 사실이 없으나 현대아산은 북한 당국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씨가 석방되면서 남북관계에도 일단 숨통이 트였지만 억류된 800연안호 선원 4명, 북한 핵, 개성공단 임금 및 토지임대료 협상 등 난제가 산적해 전망은 불투명하다.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 대북 메시지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 여부가 좌우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유씨가 가족 품에 돌아오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정부는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북 나흘째인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여부는 이날 밤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현 회장은 방북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해 14일 남쪽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오후 김정일 위원장이 강원 원산에 있는 송도원 청년야외극장을 찾아 인민군 제974군부대 군인과 가족들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12일에는 함흥 시찰 사실을 보도한 점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은 최근 동해안 쪽에 머무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이 원산 쪽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보는 그동안 안전 귀환 등을 위해 유성진씨를 '유모'씨로 보도해왔으나 13일 귀환 이후 실명을 그대로 표기하기로 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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