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2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 대해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징조"라고 평가했다. 대화의 문을 굳게 닫은 채 무력시위를 벌였던 북측이 조금씩 입장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노동신문 등 북측 언론의 이명박 대통령 실명 비판이 눈에 띄게 준 상황도 이런 관측의 한 근거다.
청와대는 일단 북측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연안호 선원들이 풀려날 때까지는 북측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자제할 생각이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기도 하거니와 국제사회를 향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이 유씨와 연안호 문제를 별개로 보는 것 같다"며 "유씨는 현 회장과 함께 귀환할 가능성이 크지만 연안호 선원 석방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당분간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지속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간 대화 통로를 다시 열어 연안호 문제를 포함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운영문제를 논의하자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방 시 지원'이라는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직ㆍ간접적인 대북 설득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파격적인 선물'을 약속하는 등 기존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한 큰 틀의 변화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북측이 이전에 비해 다소 의미 있는 대응을 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아직 우리 국민이 억류되어 있는데다 언제든 다시 국제사회를 향해 도발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겠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북측의 변화 정도에 따라 대북 지원 규모 등을 달리하는 '스텝 바이 스텝' 전략으로 대처하겠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 회장의 방북은 북측이 국제사회에 보내는 긍정적 신호"라며 "그러나 6자회담 복귀, 비핵화 2단계 방안 이행 등 근본적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북 대응 수위를 조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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