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9시10분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앞. 지난 3월 30일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유씨를 기다리며 형성됐던 팽팽한 긴장감이 일시에 해소됐다. 무려 136일 만에 남측 땅을 다시 밟은 것이다.
모자를 눌러쓴 유씨는 베이지색 셔츠와 검정색 계통의 하의 차림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조건식 사장 등 현대아산 관계자 및 정부당국자와 함께 입경장을 빠져 나왔다. 카메라 셔터소리와 조명이 낯선 듯 보였지만 똑바로 선 채 준비한 인사말을 하고는 취재진의 준비된 질문도 받지 않고 바로 사무소 바깥에 준비된 차량에 올랐다.
유씨의 귀환은 당초 예정된 오후 7시보다 2시간 가량 지연돼 일찍부터 기다리던 현대아산 측 직원들과 취재진을 긴장시켰다. 오후 7시가 한참 넘어서도 유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7시35분께 서울아산병원 응급차량이 도라산 출입사무소에 들어서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의료진 1명이 사무소 직원과 함께 북에서 남측으로 나오는 입경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유씨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처럼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포토라인이 설치되고 출입사무소 바로 앞에는 유씨를 태우고 갈 검정색 밴까지 들어섰다.
그러나 흥분된 분위기도 잠시. 오후 8시가 지났지만 입경장 안쪽에는 인기척도 없었다. 그러자 유씨가 아직 개성에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입경 절차상 지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8시30분 유씨가 9시10분께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8시50분에는 1시간20분 전 입경장으로 들어갔던 의료진이 다시 나오자 장내는 일순간 다시 긴장이 감돌았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유씨는 "무사히 돌아오게 돼 기쁘다"는 짤막한 소감만 남기고 조 사장 등 현대아산 직원들과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취재진들이 유씨를 놓칠세라 차를 에워싸 북새통을 이뤘다. 사무소 직원들이 "길 열자"고 소리를 지르며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유씨를 태운 차량은 그의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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