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과서의 태권도 삽화에는 왜 남자만 나오죠?" "봉사 활동사진엔 여학생만 나와 여자에게만 봉사ㆍ희생ㆍ박애를 강요하는 느낌을 줍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중고등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직접 찾아낸 반(反) 인권 사례를 공개했다. 인권위가 지난 6월 구성한 '교과서 학생 모니터단' 1기 중고생 50명이 최근 하계 인권캠프에 참여해 발표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에 담긴 성차별적 요소와 청소년에 대한 편견 등을 꼼꼼하게 짚어냈다. 체육교과서 태권도 삽화에 남성만 나오는 것을 지적한 오주영(수원 영덕중 1년)양은 "여성과 외국인들도 태권도를 하는 모습을 넣어 다문화적인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들은 '결혼했다'고 표현하면서 딸은 '출가했다'는 말을 써 '여자는 키워도 소용이 없다'는 편견을 준다" "사치의 사례로 여성 모피코트만 나온다"는 등 성 편견을 부추기는 대목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고교 도덕교과서에 '청소년의 문화활동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성 문화의 성격을 지닌다'고 기술한 대목에 대해 김채은(성지고 3년)양은 "청소년문화가 편파적으로 표현됐다"며 "창의적인 문화를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꼬집었다.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에 집단 따돌림 대처방안으로 제시된 '내가 왜 따돌림을 당하게 됐는지 원인을 찾는다'는 부분에 대해 홍재영(수원청명중 1년)군이 "따돌림 당한 학생 보고 자책하라는 뜻이냐"며 "문제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며 더 힘들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연말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교과서 수정 권고안을 마련해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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