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만나교회에는 이채로운 공간이 있다. 일고여덟 명이 앉아 쉴 수 있는 쾌적한 소파에다 환기 및 냉난방 시설, 휴식은 물론이고 예배도 볼 수 있도록 대형 모니터까지 설치된 공간. 흡연실이다.
이 교회 김병삼(45) 담임목사는 "흡연이 신앙의 걸림돌이 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예수님이 오시면 교회에서 설교하실까요, 교회 바깥에서 신앙 없는 분들을 상대로 설교하실까요?"
흡연이 기독교의 교리상 금기는 아니라고 한다. 100여 년 전 한국 기독교는 항일 민족주의와 계몽주의를 끌어안으며 들어왔고, 술 담배 노름 등 사회적 병폐를 근절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흡연이 독일 등 유럽 교회에는 자연스러워요. 신학자가 시가를 들고 강연하기도 합니다. 금연은 한국 기독교회의 특수성이죠."
그렇다고 흡연을 권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김 목사는 "흡연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해악이 큰 만큼 흡연자를 더 적극적으로 껴안는 게 목회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흡연실에서 예배를 보는 분들도 많은데, 담배를 끊고 본당으로 올라오는 예도 많아요. 개그맨 K씨, 가수 L씨 등도 한때는 흡연실 단골이었죠."
만나교회는 대지 6,000여 평에 주일 예배신도 8,000명(재적 2만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다. 3년 전 건물 리모델링을 하면서 농구장 베드민턴장 등을 갖춘 실내체육관을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했고, 본당 1층에는 '파구스'(희랍어로 '언덕'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성화도 걸지 않고, 찬송가도 일체 틀지 못하도록 했어요. 비신자들도 거부감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죠." 파구스는 종교시설이라 음식업 허가를 받지 못한 '무허가' 시설이다. 그래도 손님은 많아 수익금으로 3년째 지방 중소도시 청소년 공부방을 열어주고 있다. 최근 서울감리교신학대에 '1호 분점'도 개설됐다고 한다.
김 목사가 담임 목사를 맡은 건 2003년. 교회 중심ㆍ교인 중심의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 중심ㆍ세상의 중심 커뮤니티로서의 교회를 지향하는 그의 요즘 구상은 교회 내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예배 공간을 마련하는 것. "아파트 지역이라 아이 없이 애완동물과 함께 사는 분들이 많아요.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예배를 드리는 공간도 필요할 것 같아요."
목회자의 덕목으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영성과 도덕성, 특히 금전적인 집착으로부터의 거리 두기다. 1981년 서울 잠실에 천막교회를 열고 목회활동을 시작한 선친 고 김우영 목사가 남긴 재산은 2만4,000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저도 제 컴퓨터와 예금통장을 교회 사역자들과 공유합니다. 교인들이 모르는 제 개인 통장은 없어요. 신도들께서 제 노후는 책임지시겠다니 걱정 없습니다." 그는 교회 9층 사택에서 부인,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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