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유력 기업의 명예회장이자 전 국회의원인 이모씨의 조부 이돈직은 그 어느 자료에도 독립운동가로 기록돼 있지 않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김용원 선생의 변조된 비문에 그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2000년부터 독립운동가로 둔갑했다.
9년에 걸친 시민단체의 민원과 소송 끝에 지난달 대전 은평공원에 세워졌던 그의 휘호비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후손들이 소유한 사유지엔 그를 칭송하는 비석들이 건재해 있다.
목숨을 걸고 항일 투쟁을 했던 의병과 독립운동가는 서훈조차 받지 못하는 반면, 엉뚱한 인물들이 애국자 대접을 받고 있다. 친일파 인사들이 서울 동작동 현충원 독립운동가 묘역에 애국지사와 나란히 누워 있는 지경이다. 해방 후 친일파 단죄에 실패하고, 60년이 넘도록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밤 10시 55분 방송되는 시사프로그램 'MBC스페셜'은 '그들의 기록'편을 통해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근ㆍ현대사 자료를 토대로 가짜 독립운동가가 진짜 행세를 하는 비뚤어진 현실을 고발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일본의 기록들을 증거로 제시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프로그램은 이돈직 사례와 함께 충북 지역의 대표적인 의병장으로 꼽히는 한 인물에 대한 검증에도 나선다. 1963년 독립장이 추서되고 그를 기리는 동상과 기념비만 무려 7개나 되지만 그를 둘러싼 독립운동 기록이 일부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작진은 일본 경찰의 극비 문서인 '폭도에 관한 편책'에 드러난 그의 자수에 관한 진실을 추적한다.
또 "그의 기록은 90%가 소설"이라는 이태룡 박사의 진술과 함께 과장된 기록들을 점검한다. 다음달 초 국내 최초의 친일 기록물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앞둔 민간단체 민족문제연구소 활동을 통해 역사 바로잡기 노력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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