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군이라 칭하는 비밀결사에 가맹해 권총을 휴대하고 용정촌 부근을 횡행하며 (중략) 총을 발사하여 협박해 안석철은 금 2,000원, 임정순은 금 1,000원을 올해 12월까지 조달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케 하고…."(1920년 12월 10일 오지화 재류금지 처분에 관한 건)
"정일택, 임필동 등은 일본 경찰관 및 친일 조선인 등을 암살하고 아편을 밀수입한 이익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여유가 있으면 상하이임시정부에 송금하려고 기획하였다는 정보를 듣고 취조…."(1920년 9월 24일 정일택 등 재류금지 명령의 건 보고)
일제 강점기 만주지역에서 이뤄진 독립운동 군자금 모금 활동을 구체적으로 담은 문서가 공개됐다.
국가보훈처는 13일 일제 문건인 만주지역 '본방인 재류금지 관계잡건'(本邦人在留禁止關係雜件)을 수집ㆍ번역해 자료집을 발간했다. 본방인은 일본인(조선인 포함)을, 재류금지는 추방을 뜻한다.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해 추방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경찰 조서인 셈이다. 1915년부터 1926년까지 기록된 이 문서에는 특히 103장의 사진이 포함돼 독립운동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군자금 모집과 관련된 자료는 산발적이고 제한적이었는데 이번 자료집에 실린 문건들은 일제 경찰이 독립운동가를 체포, 조사해 만들었기 때문에 매우 구체적인 사례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회, 독립의군, 임시군정부, 북로군정서, 대한의군단 등의 단체들은 군자금 모집을 위해 만주지역에 거주하는 부호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가 하면, 아편 거래를 통한 이익금을 독립운동에 사용하려고 한 이채로운 사례도 드러났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만주지역 종교단체들의 독립운동 활동도 담겨 있다. 오세환, 이윤백 선생 등 8명이 결성한 천도교청년동맹회, 천주교 신도들이 결성한 비밀결사 대한의민단을 비롯해 원종교와 대진단의 활동이 수록됐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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