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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 오물분쇄기, 어느 장단에 맞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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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 오물분쇄기, 어느 장단에 맞추나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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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42)씨는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명 '디스포저'로 불리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구입했다. 가격은 77만원으로 다소 비쌌지만, 장점이 많아 주저없이 구매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로 그냥 흘려보내도 디스포저가 미세 규모로 갈아 하수도로 배출해 주방 일이 한결 편리하고 깔끔해졌다.

김씨 처럼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자가 늘고있으나, 다음달 부터는 이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정부가 디스포저 판매 및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서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디스포저 전면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9월부터 시.도 합동으로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판매ㆍ사용하거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불법 판매광고를 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디스포저 판매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며, 사용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불법 판매광고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박응렬 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은 "최근 건조기, 액상소멸기 등 각종 음식물 폐기물 처리기기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쇼핑몰이나 케이블TV, 아파트 건설현장 등을 통한 주방용 오물분쇄기 불법 판매와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며 "8월 한달 간 홍보 및 계도기간을 거친 후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포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한 제품이지만, 국내에서는 하수관거 내 분쇄물질 퇴적으로 악취가 생기고 수질 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1995년부터 판매 및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이런 정부 방침과는 정반대로 서울시가 5월 노원구 공릉동과 강서구 마곡동 500가구를 대상으로 디스포저 전면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빗물과 오수가 한데 뒤섞이는 합류관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범사업 가구에 대해 분쇄된 음식물을 분뇨처리시설(정화조)로 보낼 수 있는 별도의 관을 디스포저에 설치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나서자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디스포저의 장점을 설명하는 서울시 관계자 인터뷰까지 소개하면서 구매를 부추기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디스포저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디스포저 단속을 앞두고 소비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부 유모(45)씨는 "서울시는 사용하라고 하고 정부는 안된다고 하니 누구 말을 따라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수와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를 동시에 배출하는 디스포저는 음식물 찌꺼기 분쇄 후 탈수, 건조해 제거하거나 미생물을 통해 액상분해시키는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기와는 100% 다르다"며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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