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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북 의료지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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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북 의료지원의 과제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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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회복되고 각종 협력사업도 재개될 조짐이다. 무엇보다 의료지원 사업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북한은 국가의 무상치료가 보장된 나라이지만, 의료시설 낙후와 의약품 부족 등으로 보건의료 취약국가로 분류된다.

북한 주민의 평균수명은 남자 61.4년, 여자 67.3년으로 한국의 남자 74.4년, 여자 81.8년에 비해 10년 이상 짧다. 영아사망률은 1천 명에 42명으로 한국 5.3명의 8배 수준이다. 또한 결핵과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인구 10만 명 당 의사와 병상 숫자는 한국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의료시설과 수준은 지극히 열악하다.

북한 '인적자원' 돌봐야

북한의 인적자원과 한국의 물적자본의 결합이 남북 경제협력의 축이라고 볼 때, 북한 주민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지원 사업은 중요한 과제이다. 2000년 이후 대북 보건의료 지원은 꾸준히 확대되어 2007년에는 5,716만 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말라리아 퇴치사업 등은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전반적인 보건의료 환경개선은 아직 멀기만 한 현실이다.

획기적인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지원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의료는 인력, 시설, 의약품 등의 세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 비로소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의료시설을 지어주고 의약품을 보내주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으면 쓸모가 없다. 인력과 의약품이 있더라도 검사장비 의료기구 수술시설 등을 갖추지 않으면 별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부분적 지원에 머물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 종합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북한의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북한 당국과 협의하여 함께 짤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의료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북한에 필요한 의료수요를 긴급수요와 중장기 수요로 구분한 다음, 이를 기초로 북한에 적합한 의료시스템의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북한이 직접 감당해야 할 것과 우리가 지원할 것을 명확히 나눠 단계적인 추진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계획에는 북한의 의료인력 재교육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북한은 의사 수는 많지만 현대적 의료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부족한 형편이다. 의료시설도 종합 병원급의 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시설을 광역권 별로 하나씩 새로 건립하거나 리모델링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필수의약품 등의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1회성' 벗어나 체계적으로

이 모든 것을 우리 정부가 도맡아 해줄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의지를 상실한 북한 의료당국이 희망을 되찾게 해주되,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이끌고 가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기구 및 국제기구가 1회성 지원으로 생색을 내는 식의 지원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 총괄적인 계획 아래 정부와 민간, 국제기구가 각기 역할을 세밀하게 나눠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의료지원을 위해서는 의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 동안 WHO(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현지조사와 탈북 주민들의 진술 등을 통해 파악한 정보만으로는 부족할 뿐 아니라 신뢰성도 그리 높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남북 당국의 상호 신뢰 회복이 긴요하다고 본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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