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프로야구 전면 드래프트가 오는 17일 열린다. 프로야구는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올해(2009년 신인 기준)까지 28년간 연고지역의 우선지명(1차 지명)이 보장됐었다. 경우에 따라 숫자는 달라졌지만 1차 지명 선수는 최소 1명, 최대 무제한이었다.
사상 첫 전면 드래프트를 앞두고 기대보다 우려 섞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는 "KBO에서도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데 야구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전면 드래프트를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 유망주 해외 유출
전면 드래프트의 가장 큰 폐단은 유망주의 해외 유출이다. 전면 드래프트 시행이 확정된 2006년 말부터 올해까지 3년간 미국에 진출한 아마추어 선수는 모두 18명. 이는 2000년부터 2006년 7월까지 약 7년간 11명의 1.6배에 이르는 수치다.
A구단 스카우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차 지명이 6월초에 실시됐기 때문에 우수선수를 미리 확보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손조차 쓸 수 없었다. 야구 규약상 미국에서 선수를 데려가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 아마야구 지원금 고사
또 다른 문제는 아마야구에 대한 프로구단의 지원금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일부 구단은 연고지역 아마추어에 연간 1억원 이상의 지원금(야구용품 포함)을 전달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B구단 단장은 "어차피 우리 선수가 안 될 텐데 지원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C고교 감독도 "프로구단의 지원금이나 야구용품이 큰 도움이 됐는데 재작년부터는 씨가 말랐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 9월 중 재논의
전면 드래프트 시행은 신상우 총재 재임 시절이던 2006년 결정됐다. 당시 SK는 "수원을 떠나든지 54억원을 돌려달라"며 거세게 현대를 압박했다.
현대는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는 조건으로 SK에서 54억원을 받았지만 재정 사정이 나빠지자 그 돈을 구단 운영비로 써버리고, '임시 거처' 수원에 어정쩡하게 머물렀다. 사실상 무연고 구단이었던 현대는 7년간(2002~2008년)이나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전면 드래프트는 필요악이었다.
KBO의 한 관계자는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현대였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유망주 유출, 아마 지원금 고사 등 여러 문제가 많은 만큼 9월 중 이사회를 열어 1차 지명 부활을 논의할 방침이다. 1차 지명 선수가 한두 명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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