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13일 전격 석방된 유성진(44)씨의 경남 고성군 거류면 덕촌마을 고향집은 오랜 침묵을 깨고 모처럼 왁자지껄한 활기가 넘쳐 났다.
87가구가 오순도순 모여 사는 이 시골마을은 그동안 유씨의 신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억류 사실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며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하루 하루 피를 말리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큰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살아 돌아올 것으로는 믿었지만 워낙 북한이 예측 불가능한 곳이라…." 부친 유응용(75)씨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주민들이 축하인사를 건네자 "아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지옥과 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을 아들 생각에 가슴이 타 들어가 숯덩이가 됐다"는 모친 유정미(69)씨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관절염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는 주말마다 마을 인근 교회를 찾아 아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이학렬 고성군수가 유씨 부모을 찾아 축하했고, 마을 주민들도 유씨 집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조촐한 잔치판을 벌였다.
마을이장 백남겸(64)씨는 "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그동안 마음고생을 함께한 주민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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