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영상물을 제작하는 미국ㆍ일본 업체들이 자사 영상물을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내려받아 판매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국내 네티즌 수천명을 고소했다. 문제의 동영상 대부분이 노출 수위가 높은 '하드코어'로 알려져 음란물 유통을 금하고 있는 국내에서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성인 영상물 제작사인 미국의 V사 등 50여 곳의 저작권을 위탁받은 미국의 C사는 최근 국내 변호사를 선임, 파일 다운로드 사이트에 해당 회사의 영상물을 올려 회원들에게 내려받게 하고 돈을 받은 '헤비 업로더'의 ID 1만개에 대해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여러 ID를 쓰는 네티즌이 있음을 감안해도 피고소인이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C사가 선임한 H법무법인 관계자는 "상습적으로 영상물을 올려 이득을 취한 회원 ID를 1만개로 추렸으며, 단순히 파일을 다운받은 사람은 문제삼지 않았다"며 "ID 사용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선도 차원에서 고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C사는 동영상이 유통된 사이트 운영업체 소재지를 기준으로 서울ㆍ경기 지역 관할 경찰서 10곳에 고소장을 나눠 냈다. 최대 3,000건 가량의 고소장이 무더기로 들어오자 일부 경찰서에선 업무 부담을 이유로 접수를 꺼렸다고 한다.
경찰서들은 ID 이용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저작권법 위반 외에 음란물 유통 혐의도 함께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이트는 모두 80여개로 국내 대표적 웹하드나 P2P 사이트가 대거 포함됐으며 C사는 이들 업체에 대한 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등에선 이들 동영상에 대한 외국 업체들의 저작권을 인정하면서도, 국내법 체계에서 이 저작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즉, 네티즌들이 경찰 조사를 받더라도 실제 기소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자국에선 엄연히 합법적 사업자들인 만큼 이들이 원한다면 음란물일지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법무법인 측도 "한국과 미국은 저작권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있어 미국에서 저작권이 인정된다면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저작권 전문 변호사는 "권리란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국내법상 음란물로 분류되는 동영상은 저작권을 보호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통될 수 없는 음란물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할 수 없으므로 외국 업체들이 네티즌이나 해당 사이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