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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병실, 앙금 녹이는 '문병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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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병실, 앙금 녹이는 '문병의 정치학'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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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병실이 화해의 마당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열 오른 머리를 식혀라"(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은 민생 쇼를 그만둬라"(정세균 민주당 대표).

여야의 치열한 공방으로 포연이 가득했던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엔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많은 인사들이 찾아왔다. 한나라당, 민주당, 동교동계, 상도동계, 친이계, 친박계ㆍ친노세력의 구별은 없었다.

"북한에 퍼주기를 하면서 여론을 호도했다"며 DJ에 날을 세웠던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병문안 행렬에 동참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병실을 찾아 DJ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화의 대들보"라고 높이 평가했다. 동교동계 한광옥 전 의원은 빗속에서 그를 배웅하며 예의를 갖췄다. 미디어법 문제로 대치 입장에 있었던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과 박계동 국회 사무처장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DJ의 입원은 자칫 극단으로 치닫고 있던 한국사회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도 있었다. DJ는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로 지칭하는 등 노무현 서거 정국에서 현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초 야권 일각에선 "DJ 건강 악화는 현정부가 지난 10년의 성과를 평가절하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갈등의 불씨를 화합의 계기로 전환시키는 데 앞장선 사람은 다름 아닌 DJ의 영원한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뒤 DJ와 상극의 관계였던 YS는 10일 "이제는 그럴 때도 됐다"며 화해를 선언했다. DJ로부터 '독재자'란 극언을 들었던 이 대통령도 병실을 찾아 기도했다.

양김씨의 화해로 두 사람을 따랐던 측근들도 구원을 털어내고 있다. 김덕룡 전 의원, 김무성 의원 등 옛 상도동계 의원들은 11일 병실을 찾아 옛 동교동계 인사들과 모처럼 하나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지역주의 해소를 제2의 민주화운동으로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동교동계 박양수 전 의원은 "앞으로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모습 대신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며 두 계파와 지역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의 화환이 훼손되는 등 반목을 노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 풍경과는 분명히 달랐다.

DJ를 비난해온 한나라당 내에서도 화합 분위기가 연출됐다. 촛불집회 당시 'DJ배후설'을 제기했던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DJ는) 5년간 훌륭한 치적을 많이 남겼다"고 평가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등도 이날 병실을 찾아 쾌유를 빌었다. DJ측은 '도쿄 피랍' 생환 36주년인 13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기념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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