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사흘째를 맞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2일 오후 늦게까지 서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는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을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현 회장은 전날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미뤄지자 서울에 연락, 2박 3일이던 방북 체류 일정을 3박 4일로 연장했다고 알려왔다.
체류 연장의 사유는 12일 북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새벽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있는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저녁에는 함흥에서 연극을 관람한 사실도 보도했다. 보도 시점을 보면 김 위원장은 11일을 전후해 함흥을 방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전날 평양 사정을 전했던 현 회장이 이날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않은 사정을 면담이 성사됐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징후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현대측이 "아무런 연락이 없으나 현 회장이 예정대로 귀환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현 회장의 방북 목적인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졌음을 확신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현대측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은 비밀을 요하기 때문에 북측이 현 회장에게 보안유지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현 회장이 서울과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짐작한 것이다. 그간 북측은 경호상의 이유로 남측인사에 김 위원장 면담 일정의 비밀 유지를 요구해왔다. 2000년 2차 남북장관급 회담 참석차 평양에 간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채 기차를 타고 강계시로 가 김 위원장을 면담한 바 있다.
하지만 현회장과 김위원장간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지방출장 중인 가운데 현 회장이 이날 오후까지 평양에 머무른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11일 전후로 함흥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이 12일까지 평양으로 오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11, 12일 북한의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나 헬기를 이용하기 어렵고, 김 위원장 역시 항공편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기차로 이동할 공산이 컸다.
정부 소식통은 "함흥에서 평양까지는 전용열차를 탄다고 해도 하루 정도는 걸릴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11일 오후 함흥을 출발했다고 해도 평양에 도착하는 시간은 12일 늦은 오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휴식 시간도 필요하다. 이래저래 12일 만찬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 회장이 11일 오후 김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지방으로 출발, 12일 면담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현대아산이나 우리 정부가 현 회장의 김위원장 면담 성사를 확신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현 회장의 방북을 사전 조율한 현대와 북한 아태 평화위는 사전 조율과정에서 면담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시켜왔기 때문이다.
한편 현 회장의 체류일정이 연장되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유씨 석방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하지만 현 회장은 북측과 별다른 현안 논의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일단 북측이 유씨 문제를 풀기로 사실상 약속된 상태에서 현 회장이 방북한 것"이라며 "이르면 13일 오후 유씨가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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