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출마한다고 보고하는 게 모양이 이상하다."
한나라당 친이계 한 의원이 12일 푸념처럼 내뱉은 말이다. 전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때 자신의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걸 두고 한 얘기다.
박 대표의 출마 문제는 그간 적잖은 논란거리였다. 친이계 의원들 중 상당수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박 대표의 출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혀 왔다. 출마할 경우 대표직을 유지할 것인지, 사퇴할 경우 당 지도체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두고는 계파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박 대표는 왜 하필이면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출마를 공식화한 것일까. 그의 한 측근은 "집권여당의 대표인 만큼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상의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변호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야당이 "한나라당 공천이 대통령 재가 사항이냐"고 비판하는 건 그렇다고 하자. 문제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에게 출마를 승낙받는 모양새가 됐다"거나 "당을 청와대 하부기관으로 전락시켰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 입장에선 이 대통령이 출마를 용인했으니 더 문제삼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박 대표 스스로가 집권당의 위상을 추락시킨 셈이 됐다. 4ㆍ29 재보선 참패 후 수평적 당청관계 확립을 쇄신의 우선과제로 삼았던 게 무색할 정도다.
박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대변인을 지냈고, 포용력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그래서 이번 출마가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는 박 대표 측 얘기를 믿고 싶다. 때문에 의욕이 지나쳐 무리수를 둔다는 비판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부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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