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IA의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그 친구들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올해도 작년(6위)이랑 비슷할 걸요." 그 친구들이란 잠수함 마무리 유동훈(32)과 7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김상현(29)이다. KIA 단독선두의 일등공신인 유동훈과 김상현은 사연 많은, 또 몇 안 되는 '해태 출신'이다.
99년 해태에 입단한 유동훈은 7승을 거두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4년간은 '잊힌' 선수였다. 한때는 '방출' 이야기까지 나왔다.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 유동훈은 2004년 7승 5세이브로 재기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해 가을 '검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병역비리에 휘말렸다. 9개월간의 수감생활에 이은 2년간의 공익근무. 20대 후반인 유동훈에게 3년 공백은 엄청났다.
유동훈은 그러나 지난해 6승3패 2세이브 8홀드로 건재를 과시하더니 올해는 13일 현재 5승2패 14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0.63으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0.63은 '선동열'급이다.
김상현은 군산상고 3학년이던 99년 2차 6순위로 해태 지명을 받았다. 당시 살림이 어려웠던 해태는 "우선 대학부터 가라"며 김상현의 등을 떠밀었다. 김상현은 건국대 진학이 예정돼 있었다.
김상현은 그러나 "유니폼만 입게 해달라"며 버텼다. 결국 김상현은 계약금 2,000만원, 연봉 1,800만원에 해태 선수가 됐다. 하지만 동기생 정성훈에게 밀렸던 김상현은 2002년 7월31일 왼손투수 방동민과 트레이드돼 LG로 갔다가 올해 4월 다시 KIA로 왔다. 자유계약선수(FA) 정성훈 영향이었다.
"자리가 안정되니 마음이 편하다"는 김상현은 타율 3할1리에 홈런 2위(23개), 타점 1위(89개)를 질주하고 있다. 완벽한 '크레이지 모드'다. 2관왕은 물론이고 정규시즌 MVP도 노릴 만하다.
유동훈과 김상현의 꿈은 소박하다. 오랫동안, 실컷 야구하는 것이다. 유동훈은 13일 "유니폼을 벗어 보니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마흔 살까지 야구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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