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최대은행 UBS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부유층 탈세 혐의자들의 비밀계좌 정보를 미 국세청(IRS)에 제공하기로 미국과 스위스 양국이 최종 합의했다. 다른 국가들도 같은 요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금융자산에 대한 탈세감시에 탄력이 붙겠지만, 반면 고객비밀정책을 생명으로 했던 스위스 금융산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를 인용, "영국, 독일 등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13일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부유층 미국인들의 탈세를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는 UBS 간부의 재판 과정에서, 양국이 정보제공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변호사들의 보고가 있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6월부터 탈세를 도운 UBS 직원들과 회계사들을 조사해왔고, 미 국세청은 미국인 5만2,000명의 금융정보를 제출하라며 UBS를 압박했다. 이 사건이 양국 정부간 갈등을 불러오자 지난달 31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미셸린 칼미-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이 회동, 금융정보 제공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양국은 이날 최종 합의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약 1만여명의 정보가 미측에 제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정부는 200억 달러(약 24조원) 이상의 미 부유층 자산이 은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합의 외에도 정보공개 명령권을 가진 스위스 연방행정법원장이 "세무당국이 특정 범주를 정해주면 합법적으로 익명의 고객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일정액 이상의 계좌정보가 일괄해서 해당 정부에 제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금융업체들의 자산관리 금액 규모는 총 25조 달러에 이르는데, 이번 합의 여파로 스위스 은행들로부터 자금이탈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UBS가'스위스 은행 비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고객들의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자금이탈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UBS는 자금이 줄었지만 다른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는 자금유입이 있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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