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0ㆍ전북)의 축구 대표팀 발탁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동국은 12일 파라과이와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단 한 경기, 그것도 전반 45분 만을 놓고 이동국의 활용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표팀의 사정을 고려할 때 이동국을 바라보는 허 감독의 심정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허 감독은 파라과이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발탁했다"며 "잘한 것은 아니지만 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고 그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이동국에 대한 허 감독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듯 하다.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은 허 감독의 의중보다 여론의 바람몰이에 힘입은 바 크다. 허 감독은 지난달 수 차례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이동국이 K리그에서 무서운 골 폭풍을 일으키자 여론에 밀린 허 감독은 결국 파라과이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 이동국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동국은 파라과이전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에 그쳤다. 소속팀과 다른 대표팀 전술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고,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은 탓이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4-2-3-1 포메이션의 원톱으로 최전방에 선다. 최태욱, 에닝요, 루이스 등 스피드와 크로스가 뛰어난 동료들의 지원으로 제한된 지역에 머물며 득점에만 주력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허정무호'는 4-4-2 포메이션이 전술 기본 틀로 자리잡은 후 중앙 공격수와 좌우 날개가 활발한 자리 바꿈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공격 전술을 많이 써왔다.
이동국이 최근 접해보지 못한 전술이다. 그는 미들즈브러에서 벤치를 지켰고 지난해 성남에 복귀한 후에도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기용됐다. 대표팀에서 발을 맞춘 시간이 3일 밖에 되지 않은 이동국이 파라과이전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허 감독은 파라과이전을 앞두고 "이동국을 위한 공격 전술 변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동국이 태극 마크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동국이 '허정무호'에 익숙해질 시간은 많지 않다.
대표팀은 9월 5일 호주, 10월 10일 세네갈을 불러 들여 친선경기를 치른다. 시즌중인 탓에 대표팀 소집 기간은 짧을 수 밖에 없다. 이동국이 동료와 발을 맞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현재 같은 페이스를 이어가면 대표팀에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파라과이전 같은 플레이가 반복될 경우 '허정무호'의 '이동국 딜레마'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동국을 뽑자니 팀 전술에 맞지 않고 안 뽑자니 여론의 압박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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